SBS뉴스

뉴스 > 경제

'존 그레이켄'은 왜 한국에 왔을까?

박진호

입력 : 2008.01.11 17:14|수정 : 2008.01.11 17:48

반전노리는 론스타의 승부수


한국의 반 외자정서의 상징. 이른바 '외로운 별'이죠.

미국 댈러스에 본사를 둔 대형사모펀드 론스타의 회장 '존 그레이켄'이 전격적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설마..하던 거물의 입국은 늦은 밤에 자가용 비행기 편으로 이뤄졌습니다.

대부분 기자들은 그가 아마도 사전에 신변을 보장받았을 것이라고 예단했지만, 검찰은 아침이 되자마자 그의 '출국 정지'를 선언해버렸습니다.

 

 

 

 늦은 밤도 마다하지 않는

한국 기자들의 열광에 

아마 좀 놀랐을지도..

(경제부 송욱 기자의 모습)

 

 

대부분 기자들은 그가 아마도 사전에 신변을 보장받았을 것이라고 예단했지만, 검찰은 아침이 되자마자 그의 '출국 정지'를 선언해버렸습니다.

한국 사법부를 불신한다고 했던... 미국에만 있어도 크게 손해볼 것은 없었던 그의 과감한 방한에는 어떤 속사정이 있을까요?

론스타의 최대 대박 투자건인 한국의 외환은행 매각의 조급함, 그리고 친 외자정서를 가진 새정부의 등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다고 해도 사법처리 위험까지 감수한데는, 대형투기펀드을 이끄는 장사꾼다운 승부수가 깔려 있습니다.

 

한국 사정의 변화.. 지금이 기회다?

외자 유치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등장에 자기들의 숙원인 외환은행 매각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는 계산을 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최적이 되겠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2003년 8월도 그런 시기였습니다.

 

'데이비드 엘든'은 우리 편?

외국인으로 인수위에 참여한 데이비드 엘든 (국가 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은 지난 6일 "외국인 투자자의 이익금은 본국 송환이 보장되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론스타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엘든은 지난해 9월 론스타에게서 외환은행을 사겠다고 사전계약한 HSBC(홍콩 상하이 은행)에서 37년을 일했던 인물입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까지 지낸 그는 HSBC는 물론 론스타에도 '남'이 아닙니다.

 

론스타를 옥죄는 계약일정

론스타는 처음에 국민은행에 외환은행을 팔려고 했습니다. (2006.3월)

하지만 2003년 당시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이 불거지며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수사 결과를 기다리다 결국 계약은 파기되고 맙니다.

그리고 갑자기 HSBC가 론스타와 계약을 맺습니다. (2007.9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었지만 가격도 높았습니다.

더우기 금융당국은 법원 판결 전에는 인수 승인을 해줄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하지만 HSBC는 지난해 12월 17일.. 한국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당당하게 외환은행 인수 인가 신청을 냈습니다.

HSBC는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와 성의를 론스타에 보여준 것이죠.

그리고 오는 4월 30일 론스타-HSBC간의 계약유지 의무시한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양측은 모두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론스타도 뭔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계약을 성사시키고 점점 불만이 고조되는 자신들의 투자자들에게 돈을 내줄 수 있습니다.

가장 급한 것은 한국에서 벌어진 재판을 빨리 끝내는 것입니다.

 

다가오는 결말... 국익의 향방은?

한국의 정권이 바뀌고 있고, 엘든은 인수위에 들어가 있고 결국 론스타 회장인 그레이켄은 자신의 신변을 보장할 수 없는 한국행으로 외환은행 매각의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위험 감수는 고객인 HSBC측에게도 큰 성의 표시가 돼, 론스타는 혹시 계약이 끝나는 4월 이후로도 계약 성사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국민들과 시민단체.. 검찰, 금융당국이 모두 배역을 맡은 외환은행 매각 시나리오는 이제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와 있습니다.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불안한 금융시장 때문에 전 국민이 조마조마했던 2003년 외환은행 매각과정에 론스타의 사기행위와 부패한 관료들이 있었다면 꼭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의 국익과 론스타 중 어느 한쪽이 모든 잘못을 떠안는 '제로섬'게임이 되기에는 이제 너무 멀리왔고, 더 이상 끌다가는 오히려 다른 것을 잃게 되는 시점이 왔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민들의 노여움을 풀어줄 론스타의 구체적 노력과 인정... 그리고 이런 사태를 부른 외환위기의 당사자인 기성세대의 반성... 마지막으로는 결과적으로 치러낸 비싼 수업료를 교훈으로 삼으면서 국제화의 흐름을 여유있게 인정할 수 있는 국민적 혜안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