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성장, 금리는 금리?
동네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있는 아이에게 '그만 들어오라'고 말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항상 그때야말로 아이들 입장에서는 노는 재미가 한창 절정에 달해있을 시점이죠.
그래서 엄마들은 그 역할을 아빠에게 자꾸 시키나 봅니다.
올해 처음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예상대로 콜금리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한은 계신 분들은 항상 '콜금리 운용목표치를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고 써달라고 하시는데.. 단순화에 목숨을 거는 기자들은 아마도 영원히(?) 따르지 않을 전망입니다.)
사실 오늘 금통위는 금리 동결이 예상되면서도, 은근히 관심거리가 많았습니다.
2008년 통화정책의 시작이자, 특히 새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매파'인 이성태 한은 총재의 코멘트에 기자들의 귀가 집중됐습니다.
'이성태는 내심 금리를 올리고 싶을 것이다'..
'동결하더라도 앞으로 인상을 시사할 것이다'..
만약 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할 기자들은 뭔가 극적인 상황을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정책금리는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물가만 보면,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6%를 기록하며 한은의 관리목표 3.5%를 벗어났고 12월 생산자 물가는 3년만의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또 시중 유동성은 매달 20조원 이상 증가세를 넉달 연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중앙은행이라면 금리를 올려도 뭐라고 하는 경제전문가는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오늘 금통위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며칠 전 바젤 국제결제은행 정기회의에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나 주택시장은 올해도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
결국, 물가 상승의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경기 침체와 서브 프라임 사태가 가져올 신용경색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한국의 은행들이 자금난 속에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시장 실세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것도 이런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에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이겠죠.
금리를 올리진 않았지만 이성태 총재가 오늘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결국, 밖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중앙은행은 갈 길을 간다'인 것 같습니다.
평균 7%, 올해 6% 성장 공약을 내건 새 정부에 던진 말들은 당연하면서도 의미 심장했습니다.
"성장률을 높인다는 것이 한 해, 두 해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
중장기적으로 높이려면 경제가 안정돼야 하고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사명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은 경제 전체를 보고 하는 것이다.
누구의 판단을 참고하느냐는 중앙은행 또는 금통위원들의 판단이다."
경제가 뜨거워질 때, 금리를 올리기는 참 어렵습니다.
한국은행 간부들은 사석에서 "우리는 '파티 푸퍼(Party-pooper)' 인생.."이란 얘기를 자주 합니다.
파티에서 모두가 흥겨울 때, '이제 그만 마셔야 해!'라고 외치는 역할을 해야하는 만큼 덩달아 취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죠.
경제 활성화도 물론 절도가 있어야 합니다. 한은의 당당한 자세를 조직 이기주의로 폄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왠지 '저런 사람도 있어야..'라는 균형 본능도 느끼게 됩니다.
정말 필요할 때, 단호하게 금리 인상 카드를 힘차게 던질 수 있는 금통위원들의 初心을 기대합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한 토막
Q: (기자) 시장은 이 총재 당신을 '매파'로 보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그 때 맞은 성향을 가지는 것이다.
긴축이 필요할 때는 긴축하고, 완화가 필요하면 완화를 해야지 한쪽 자세만 갖는 사람은 좋은 정책 담당자가 아니다.
특정 개인에게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이 적합한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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