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쇠도 녹는 곳에서 네가 어찌 살아나왔겠느냐"

입력 : 2008.01.09 15:35|수정 : 2008.01.09 15:35

유족들 `참변' 현장 방문..통곡의 '눈물바다'


"아이고, 내 아들아. 쇠도 녹는 저 뜨거운 곳에서 네가 어찌 살아나왔겠느냐"

"엄마.. 엄마.. 이틀 뒤에 집에 온다고 했잖아요"

40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 화재참사 이후 처음으로 9일 오전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족들은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광경에 몸을 가누지못한채 오열했다.

유족 150여 명은 사고 발생 사흘째인 이날 오후 12시 5분께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이천시민회관에서 버스로 6㎞ 떨어진 호법면 유산리의 화재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 도착한 유족들은 엿가락처럼 늘어진 철골구조만이 간신히 남아있는 사고 현장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봤으며, 일부는 바닥에 주저앉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화마에 휩싸여 희생된 망자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졸지에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강순녀(59)씨는 "내 아들아, 어디 갔느냐. 엄마가 여기 왔는데 어디 있느냐"고 울부짖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엄마와 이모가 함께 일하다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이은영 씨는 "열흘 전쯤 엄마가 이천에 일하러 간다기에 왜 지방까지 내려가느냐"고 말렸다면서 "엄마가 사고 전날 전화해 이틀 후면 집에 갈테니 걱정 말라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사망한 김군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다 끝내 실신,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유족들은 12시 50분부터 소방서측의 안내를 받아 차례로 화재 현장 내부를 둘러봤다.

냉동창고 내부는 밖에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은 재로 사방이 뒤덮였으며 천장에 설치된 배관·배선이 모두 녹아내려 철골 구조만이 간신히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여서 아비규환과 같았을 당시 상황을 짐작케했다.

또 바닥에는 파손된 기계 설비와 벽돌, 화재 진압 당시 사용된 소방관들의 장갑과 마스크 등이 흩어져있었다.

그러나 유족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애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된 기계실 내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방방재청 화재조사반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의 2차 정밀감식작업이 진행중이어서 진입이 허가되지 않았다.

내부를 둘러본 유족들은 끔찍한 장면에 할 말을 잃은 채 눈물만을 흘렸다.

아직 가족의 사체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는 한 유족은 "쇠가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인데 사망자들은 어떻겠느냐"며 울먹였다.

한편 유족들은 2시 15분부터 화재 현장 앞에서 희생자를 위한 추모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유가족이 코리아 냉동측 대표와 이천시장의 참석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준비한 제상을 뒤엎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천=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