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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 피의자'는 제압 후 미란다원칙 알려도 돼"

입력 : 2008.01.07 09:00


피의자가 '오리발'을 내밀며 본인임을 부인하고 폭력으로 저항하는 상황이라면 신원부터 확인하고 실력으로 제압한 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란다 원칙은 피의자를 검거할 때 범죄사실의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를 말하고 변명기회를 줘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도박개장 및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로 기소된 여모(36) 씨에게 흉기 등 상해 혐의와 다른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여 씨는 2006년 PC방에 무허가 도박게임을 설치해 영업하다가 단속되자 '바지 사장'을 내세워 처벌을 피했다. 추적하던 경찰이 여 씨가 모텔에 아내와 함께 투숙한 것을 확인, 급습하자 여 씨는 동생 명의의 신분증을 보이며 "여씨의 동생"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경찰이 신분을 확인하는 사이 여 씨는 태도가 돌변해 모텔 유리창을 깨고 유리조각을 휘두르며 극렬 저항하다가 결국 긴급체포됐다.

1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경찰이 방으로 들어가면서 먼저 미란다 원칙을 말하지 않았고, 여 씨를 제압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도 미란다 원칙을 말하지 않은 만큼 정당한 직무집행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미란다 원칙을 전부 고지하지 않은 채 신원확인 절차에 나아갔다고 해서, 그 행위가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경찰이 도주나 자해 우려를 이유로 방안으로 들어가 피고인의 이름을 부른 뒤 범죄사실을 말하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한 후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상대방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먼저 체포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다면 실제 피의자가 아닌 사람을 체포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이런 경우 미란다 원칙 고지가 앞당겨져 얻는 인권보호보다 훨씬 더 큰 인권침해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관들이 지문을 확인하려 하자 욕설을 하면서 유리창을 깨뜨리고 유리조각을 휘둘렀는데, 이같이 폭력으로 대항하는 피의자를 실력으로 제압하는 단계에 이르면 경찰로서는 제압과정 또는 제압한 후에 지체없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