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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알고보면 재미있다-아이오와 코커스

원일희

입력 : 2008.01.03 09:17|수정 : 2008.01.03 09:17

아이오와 코커스가 왜 중요할까요?


美대선-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1) 아이오와 코커스

2007년은 한국 대선의 해.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해입니다.

미국 대선일은 11월 4일입니다. 그 대장정이 1월 3일 아이오와주에서 시작됩니다.

코커스(CAUCUS)라고 하죠. 우리말로는 당원대회입니다. 

즉 일반 유권자가 아니라 민주, 공화 양당에 당원으로 등록된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를 뽑는 행사입니다.

(8일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말 그대로 예비선거. 당원과 일반 유권자가 함께 투표합니다)

미국 언론은 대통령 선거전을 흔히 ‘대장정’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길고 복잡하단 말입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그 첫 관문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아이오와 주도인 디모인에서 시작된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구 2백90만 명의 조그만 도시. 코커스 참여의사를 밝힌 당원은 민주당에서 9백33명, 공화당 9백7명에 불과합니다. 그런 코커스 취재를 위해 디모인에 미국 국내외 언론사 2천5백개사, 1만여 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투표하는 유권자보다 취재진 숫자가 거의 10배나 많습니다. 

 그 덕분에(?) 호텔은 물론 허름한 여관의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밥값, 택시비까지 덩달아 올랐습니다. 디모인 전체가 몰려든 기자들 때문에 경기가  좋아졌다고 할 정도입니다.  각 정당 예비후보 진영의 돈 선거도 대단합니다. 몰려든 자원봉사들과 캠프 직원들로  시내는 말그대로 '버글버글'입니다. 이들이 뿌리는 돈으로 시내 분위기는 흥청망청입니다.

이런 축제 분위기 속에 미국 대선이 드디어 막이 올랐습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정확하게 1월 3일 오후 7시 시작됩니다. 한국시간으로는 4일 오전 10입니다. 

왜 오후 7시냐고요?

코커스는 당원대회이기 때문에 일반 유권자들의 생활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당원들도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일과를 마친뒤 투표소로 가야합니다. 그래서 투표 시작 시간이 오후 7시입니다.

아이오와 코커스 투표 방식은 매우 독특합니다.

우선 투표소는 1천8백개 교회와 학교등에 분산돼 설치됩니다.

각 투표소 별로 민주 공화 양당 후보를 동시에 뽑습니다. 

투표는 비밀투표가 아닙니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별로그룹을 짓는 방식이죠. 

투표소로 들어가면 사방 벽 아래 후보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후보 이름이 적힌 팻말 아래로  몰려들어가는게 투표입니다. 다 같은 동네 사람들이니까, 미리 가 서있던 사람들은 새로운 유권자가 들어오면 서로 자기 진영으로 오라고 손짓하고 소리칩니다.

이를테면 "Hi! Bob! Come on here! We are for Hillary!" 이렇게 소리치면, 바로 옆 오바마 지지 그룹에서 "Bob! We're friend, right?  Come here, We are for Obama!"

원래 전통적으로는 서로 싸움을 피하기 위해 각 방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게 말이죠.  실제로 옆집에 사는 사람들끼리 지지 후보들이 달라 서먹서먹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판세는?  민주 공화 양당 모두 예측불허의 혼전 양상입니다.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를 이렇게 맞추기 힘든것이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미국 언론은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코커스 하루 전인 2일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 기관 '조그비'가 공동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먼저 민주당.  힐리러 클린턴 28%, 버락 오바마 28%, 존 에드워드 26%.오차범위 플러스 마이너스 3.3% 이내의 혼전입니다. 공화당에선 마이크 허커비 28%, 미트 룸니 26%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고, 존 메케인과 프레드 톰슨이 각각 12%의 지지를 받고 받고 있습니다. CNN은 어차피 오차범위 내 지지율이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디모인 선거관리위 관계자들은 아이오와 코커스 도입 이래 이처럼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도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없을 정도로 혼전 양상입니다.  한마디로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누가 1위를 할지 모른다는 얘깁니다.

요즘 미국인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후보들에 대해 촌평을 하느라 침을 튀깁니다.  힐러리는 똑똑하지만 너무 잘났고,  오바마는 잘 났는데 아무래도 흑인 대통령은 시기상조라는 둥. 공화당에선 미트 룸니가 맘에 들지만 몰몬교도인게 걸리고, 메케인은 너무 늙었고, 줄리아니는 왠지 믿음이 안가고...

미국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출마하지 않는 경우는 8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첫 여성 대통령이나 첫 흑인 대통령 탄생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관전하는 기자들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선거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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