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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하지…살길이 막막하기만 허요"

입력 : 2008.01.01 17:04|수정 : 2008.01.01 17:04

2년전 폭설 피해 이어 또 피해…복구 손길 절실


"하늘도 무심하지..인삼밭만 생각하면 마음도 갈팡질팡하고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기만 허요"

새해 첫날인 1일 전남 나주시 공산면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박형수(60) 씨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사흘전부터 내린 폭설로 애지중지 가꿔왔던 인삼밭이 모두 눈 속에 묻혔기 때문이다.

밖 씨가 재배하는 인삼밭은 모두 20여ha. 2년전 호남지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설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박 씨는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 난 듯 몸서리를 쳤다.

이날 아침에야 하얀 눈속에 묻혀버린 밭을 둘러본 박 씨는 "이제는 하얀 눈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우두둑 우두둑 하며 지지대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

박 씨의 인삼밭은 거대한 눈폭탄을 맞은 듯 어디가 인삼밭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폐허가 됐다.

30cm에 가까운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지지대와 가림막은 폭삭 주저 앉았고 눈 속에 묻힌 4-6년근 인삼은 서서히 썩어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박 씨처럼 눈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복구에 엄두 조차 못내고 있다.

무엇보다 제설작업이 급선무지만 인력과 장비도 부족한데다 나주시 등 관계당국조차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정은 나주 지역의 인삼농가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나주 봉황면에서 인삼 재배를 하는 김성태(32) 씨도 "6년근 인삼 7ha가 모두 눈 속에 묻혔지만 복구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눈이 녹아야 작업을 할텐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1일 오후 4시 현재 나주시에 접수된 인삼 피해농가가는 박 씨의 인삼밭 이외에 15곳 21㏊에 이르며, 피해액도 4억7천여만원에 달하며, 시간이 지나 현장확인이 이뤄질 경우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2005년에도 폭설피해를 입은 농가여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폭설로 나주 지역 인삼농가 21곳 가운데 피해가 확인된 곳만 절반이 넘는 15곳이어서 나주 지역 인삼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 피해 농민은 "재배시설에 대한 복구 이후 다시 시설을 마련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필요한데도 재난지역이 아니면 지원이 전무하다"며 "정확한 피해규모 산출과 적정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눈속에 묻힌 인삼을 캐내던 박 씨는 "피해 복구는 물론, 농민들이 재기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책이 중요한데 지원이 제대로 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새해에 대한 부푼 희망과 기대는 피해 농민의 한숨과 함께 흰 눈속에 묻히고 말았다.

(나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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