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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외고 문제유출…소문에서 '합격인정'까지

입력 : 2007.12.28 16:21|수정 : 2007.12.28 16:21


시험문제 유출과 관련해 합격 취소를 당한 김포외고 합격생 44명에 대해 법원이 28일 학교측에 합격을 인정하도록 판결함에 따라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사태는 2개월여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특목고 사상 초유의 재시험 사태까지 불러온 이번 사건은 인터넷상에서 떠돌던 소문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사실로 확인되고 도 교육청이 합격취소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면서 특목고 운영상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하는 계기가 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소문'이 '사실'로 = 지난 10월 30일 김포외고 일반전형 시험 직후 이 학교로 '시험문제가 유출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내용의 응시생 및 학부모들의 확인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으며 이어 이 같은 소문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소문의 내용은 '시험문제가 서울의 모학원에 유출됐고 학원생들이 시험 당일 고사장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시험문제를 미리 봤다'는 것이었다.

학교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고 도 교육청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소문은 오히려 더욱 확산돼 갔다.

이에 학교측과 김포외고를 포함한 도내 9개 외고의 일반전형 시험을 공동출제 방식으로 주관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5일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의뢰하는 한편 김포외고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갔으며 유출설은 며칠 뒤 경찰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김포외고 입학홍보부장 이모(51.수배중) 교사가 시험전날 지필고사 60문항 가운데 53문항을 서울 목동 종로엠학원 곽모(41.구속)원장에게 넘겨주고 이와 별도로 이 학교 교복납품업자 박모(42·불구속입건)씨에게도 유출시켰다는 것.

이같이 유출된 시험문제중 13문항은 시험당일 버스를 타고 고사장으로 가던 종로엠학원 학생 등에게 유인물을 통해 배포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도 교육청은 이에 따라 지난달 16일과 19일 두차례에 걸쳐 대책을 발표하면서 종로엠학원 소속 학생 가운데 김포외고 등 3개 외고 합격자 62명(김포외고 56명, 명지외고 4명, 안양외고 2명)과 교복납품업자 박 씨의 자녀 등 모두 63명의 각 외고 합격을 취소했다.

이와 함께 김포외고 등 3개 외고에 대해 지난 20일 재시험을 실시, 63명의 합격자를 추가 선발했다.

◇법정으로 간 '합격취소' = 도 교육청과 해당 학교들이 시험문제 유출과 관련해 63명에 대해 합격을 취소하자 이 가운데 김포외고 합격취소자 44명과 명지외고 합격취소자 4명, 안양외고 합격취소자 2명 등 50명이 인천지법 부천지원과 수원지법에 합격자로서 임시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합격 인정을 요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나선 학부모들은 소장에서 "어른들의 잘못을 학생들에게 전가시켜 입학취소라는 불이익과 많은 상처를 주게 됐다"며 "(학생들)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부천지원은 지난 7일 합격취소 학생 44명의 합격을 임시로 인정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데 이어 이날 학교법인 김포학원을 대상으로 낸 본안 소송(합격취소처분 무효확인)에 대해서도 이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안양외고.명지외고 합격취소자들의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법도 지난 11일 같은 내용의 가처분신청에 대해 역시 임시합격자 지위 인정 결정을 한 상태에서 조만간 본안 소송에 대해서 결론을 낼 예정이다.

◇사건이 남긴 파장 =그동안 도내 특목고 확대설치를 추진해온 경기도교육청의 계획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며 특목고 확대설립을 강력히 추진해 온 김진춘 교육감은 "당분간 도내 특목고 추가 설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이와 함께 이번 사건으로 교육당국의 허술한 특목고 시험관리가 여론의 질타를 받음에 따라 앞으로 외고 등 특목고 전형과 특목고 입시반을 운영하는 사설학원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도 교육청은 내년부터 9개 도내 외고의 시험문제를 지금과 같이 공동출제하는 동시에 공동 인쇄·포장·배부, 도 교육청의 시험감독관 파견 등 입시관리 지도.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목고 입시반을 운영하는 사설학원에 대해서도 경찰 등 유관기관과 함께 주기적인 지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특목고 운영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중인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 결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 교육청은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파면된 김포외고 입학홍보부장 이모(51.수배중)씨 외에 이 학교 관계자 및 도 교육청 관계자 등에 대한 징계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험문제 유출과정에 김포외고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 학교의 특목고 지정 취소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재학생들의 피해 등을 우려, 현실적으로 특목고 지정 취소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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