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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도 인정한 올해의 '드라마틱한' 사건

입력 : 2007.12.26 14:43


대검찰청은 26일 올 한 해 수사했던 사건 중 드라마·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사건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인터넷서 사귄 '그녀'…알고 보니 40대 = 20대 A씨는 인터넷 게임을 즐기던 중 채팅으로 같은 또래의 여성 B씨와 친해지면서 이메일로 사진을 주고 받고, 수 개월 동안 전화통화도 하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비록 오프라인에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B씨를 사랑하게 된 A씨는 "스키장에서 사고가 났는데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B씨의 전화를 받고 86만 원을 송금했으나 그 뒤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B씨를 사기죄로 고소했고 검찰조사 결과 놀랍게도 B씨는 20대가 아닌 46세의 유부녀로 드러났다.

웨딩사업을 하다 빚을 많이 진 B씨는 사기죄로 수배당해 남편과 은둔생활을 해왔는데, 남편이 간암말기 판정을 받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자 통증을 완화해줄 패치를 구입하기 위해 딸의 명의와 사진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섰던 것이다.

서울 동부지검은 B씨가 범행에 나선 동기, 눈물을 흘리며 뉘우친 점 등을 고려해 벌금 30만 원에 구약식 기소했다.

◇가짜 CIA요원과 가짜 검사 = 한모(61)씨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 담당관을 사칭하며 경남지역 조선업체 사장들에게 접근, '해외펀드 투자를 지원해주겠다"고 속여 19억 원을 받아챙긴 혐의(사기)로 구속됐다.

한 씨의 아내 장모(56)씨는 남편을 석방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이던 중 자신을 '부산지검 검사'라고 소개한 최모(54)씨를 만나게 됐다.

한 씨 부부는 검은 양복차림에 금테 안경을 쓰고, 절제된 행동을 하는 최 씨가 진짜 검사라고 철썩 같이 믿었고, "담당검사에게 술접대를 하고, 언론에 로비를 해야 한다"는 말 등에 속아 청탁교제비 명목으로 8차례에 걸쳐 7천510만 원을 건넸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 수사과는 지난 3월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최 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내연녀의 딸까지 탐낸 파렴치범 = 40대의 A씨는 B(여)씨와 내연관계로 지내던 중 B씨의 딸 C양이 대학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사실을 알고, 해당 대학 교수인 것처럼 전화를 걸어 "면접 때 보고 마음에 들었다. 벗은 몸을 보여주면 합격시켜주겠다"고 구슬렸다.

C양은 A씨의 지시에 따라 으슥한 골목에서 나체를 드러냈고, A씨는 멀리 떨어진 승합차 안에서 얼굴을 숨긴 채 사진을 찍었다.

A씨는 교수인 척 C양에게 다시 전화해 "네가 40대 남자와 성관계하는 장면을 사진찍어 보내지 않으면 나체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 주변에 그런 남자가 없느냐"고 협박하며 은연중에 어머니 친구인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

예상대로 C양이 울면서 연락하자 A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나도 난감하지만 그 사람이 해 달라는 대로 해주자"며 성관계를 했고, 이 후에도 "그 사람이 나까지 협박한다. 이번에는 동영상을 보내달라고 한다"고 속여 재차 성관계를 가졌다.

A씨의 파렴치한 행각은 뒤늦게 상황을 눈치 챈 C양의 신고로 끝났고, 그는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도심 속 '로빈슨크루소 가족' = 원주시의 한 단독주택에 사는 성모(40)씨는 마당에서 폐품을 태우던 중 화재 오인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관을 폭행하고, 이웃 사무실 유리창을 부순 혐의로 구속됐다.

춘천지검 원주지청 검사는 성 씨로부터 "가족들이 모두 굶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집을 찾아간 결과 성 씨를 포함한 일가족 4명이 5년여 동안 외부와 왕래도 안하고, 전기도 안 들어 오는 폐가에서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고, 매끼니 죽으로 연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기업에서 10년간 근무했던 성 씨는 종교적 고민으로 정신이 이상해졌고, 그의 부친 또한 소유하고 있던 많은 전답이 택지개발로 인해 수용당하는 과정에서 정신을 놓았다.

성 씨의 어머니는 극심한 관절염으로 5년 이상 거동하지 못한 채 골방에 누워지냈고, 남동생은 정신이상으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성 씨 가족은 수입 한 푼 없었지만 성 씨 아버지가 시가 2억 원 상당의 주택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무도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지 못했다.

검찰은 성 씨의 구속을 취소하고, 영양실조에 걸린 어머니를 병원으로 후송하는 한편 동사무소를 통해 이들이 차상위계층으로서 연탄 등을 꾸준히 지원받을 수 있게 알선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