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태안에 밀려드는 봉사행렬…'감동'이 싹튼다

입력 : 2007.12.23 16:44

송년회 대신 자원봉사, 강원도에서 "태풍 피해 갚으러.."


사상 최악의 원유유출 사고로 신음하고 있는 충남 태안반도에서 자원봉사로 연말연시를 보내려는 시민, 단체, 직장인들이 밀려들면서 새로운 송년 풍속도가 되고 있다.

사고 발생 17일째인 23일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한 굴 양식장 앞에서 만난 차모(56.대전.직장인)씨는 "올 연말 산악회 송년모임을 취소하고 산악회원과 가족 등 50여명이 자원봉사를 나왔다"며 "기름기가 많이 걷힌 것으로 알고 왔는데 해변 곳곳이 아직도 기름 투성이여서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술이 곁들여지는 으례적인 송년회보다는 열심히 땀을 흘린 자원봉사 송년회가 더욱 의미 깊었다"며 "특히 가족들과 함께 한 봉사활동이어서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전날 소원면 구름포 해수욕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경기도 시흥 S병원의 직원 박모(31)씨도 "통상적인 송년회 대신 오염 피해로 큰 시름에 빠진 태안에서 자원봉사를 해보자는 데 직원들의 뜻이 모아졌다"며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송년회비는 방제성금으로 기탁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정선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왔다는 최모(64)씨는 "지난 2002-2003년 태풍 매미, 루사로 물난리를 겪었을 때 전국 각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조금이라도 되돌려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인근 마을주민 50여명이 태안을 찾았다"며 "이보다 더 좋은 송년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원면 모항의 주민 정모(44)씨는 "이런 상황에서 송년모임이 가능하겠느냐"며 "올해는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초.중.고등학교 동창 전원을 태안으로 불러들여 자원봉사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 고생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돕는 손길도 이어져 전국 한우협회는 지난 22-23일 이틀동안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적십자급식소에서 한우곰탕 1만5천여명 분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방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섬지역에서의 자원봉사활동도 본격적으로 진행돼 환경운동연합이 전국에서 모집한 시민구조단 3천500여명은 보령시 삽시도, 고대도, 장고도 등에서 기름제거 활동을 펼쳤다.

이 같은 자원봉사의 정성이 이어지면서 해경 방제대책본부는 원유 유출 사고 후 지금까지 22만9천여명이 태안반도와 보령 섬지역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다만, 방제당국과 자원봉사자들의 응급 방제활동으로 해안선이 제모습을 되찾아가면서 이제는 방제활동 못지않게 관광을 위해 태안을 찾아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주민들의 바람이다.

태안읍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장모(52)씨는 "횟감 대부분 먼바다에서 잡아오는 것으로 기름 오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이번 사고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횟집 등을 위해서는 외지 손님들이 많아 찾아주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면도에서 팬션업을 하고 있는 김모(33)씨는 "안면도 해변에 기름찌꺼기가 일부 밀려들었으나 모두 제거된 상태로 겨울 관광을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태"라며 "그런데도 팬션 대부분에서 예약이 취소되는 등 해돋이. 해맞이 행사 등 올 겨울 특수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안반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횟집, 팬션 등을 찾아주시는 것도 지역 경제를 돕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태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