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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침반, 용의주도 미스신 -12월 4째주 개봉영화

남상석

입력 : 2007.12.22 15:24


어수선하고 시끄러웠지만 재미는 별로 없었던 대통령 선거 정국이 끝나고 5년간 나라살림을 꾸려갈 새 대통령이 결정됐습니다. 5년 뒤 '그때 국민의 선택이 현명한 선택이었구나' 하는 평가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선거 당일과 다음날 이틀 동안 정치부에 파견돼 밤늦게 들어가고 새벽에 나오느라 (선거 전날 새벽 출근임에도 불구하고 결행한 과도한 음주행각까지 겹치는 바람에) 이틀 동안 절대 수면 시간 부족의 후유증으로 머리는 매캐한 연기로 가득찬 것 같고, 몸은 두꺼운 스폰지 매트 위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극장가는 지난 주 윌 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가 1위를 차지했고 [색즉시공2]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번 주에도 국내외 기대작들이 많이 선보입니다. 한국영화로는 [용의주도 미스신], [내사랑]과 외국영화로는 [황금나침반], [내셔널 트레져2] 등이 눈에 뜨입니다.

황금나침반(전체 관람가)

 [반지의 제왕]시리즈를 만들어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던 뉴라인 시네마가 그 명성을 이을만한 판타지 대작 3부작으로 준비한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편입니다. 명민한 학자 아스라엘 경의 조카로 대학에 맡겨져 키워지고 있는 소녀 라라는 악의 세력의 흉계를 타파하고 세계 평화를 가져다 줄 신기한 [황금나침반]을 소유할 주인공으로 낙점되는데 이를 입수해 파괴하려는 콜터 부인과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며 세계를 구한다는 이야기인데 1편에서 주어진 중요 미션은 악의 세력에 납치되어 노스폴에서 실험대상이 되고 있는 어린이들을 구출하는 모험입니다.

 라라가 모험의 여정에서 만나는 '아머 베어'등 다양한 종족들의 모습, 인간의 영혼을 반영해 누구에게나 하나씩 달고 다니는 평생 반려 동물인 ‘데몬’과 과거와 미래의 요소를 잘 결합시킨 비행선과 말이 없는 마차 등은 흥미로운 볼거리로 손색이 없습니다. 평범한 소녀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거운 운명을 짊어지고 악과 대결하며 곳곳에서 만나는 친구와 영웅들의 도움을 받아 막강한 상대방들을 물리친다는 등 판타지의 기본 요소들을 잘 갖췄습니다. 환타지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자녀와 함께 보셔도 관람료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요소들은 잘 갖췄지만 요소들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의 화학작용은 미약합니다. 여러 면에서 [반지의 제왕]과 비교되는데 그 만큼의 재미와 깊이, 감동에는 못 미치는 것 같네요.

 주인공 라라역의 다코다 블루 리차드의 연기도 매력있고, 대니엘 크레이그, 니콜 키드먼, 에바 그린 등 쟁쟁한 조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특히 라라와 여정을 함께하는 북극곰 아머 베어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만한 듬직한 동물 캐릭터입니다.

용의주도 미스신(15세 관람가)

 드라마 [환상의 커플]을 통해 연기자의 길에 제대로 접어든 한예슬의 도도하면서 엉뚱한 매력의 힘으로 영화를 끌어갑니다. 예쁘고 능력있는 광고회사 간부 신미수(한예슬)는 재벌 3세(권오중), 고시준비생(김인권), 젊고 귀여운 연하남(손호영) 등 세 남자와 등거리 외교원칙 내지는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원칙아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리저리 재는 영악한 여성입니다. 굵직한 광고주 회사의 간부(이종혁)가 같은 아파트로 이사오는데 첫날부터 꼬이며 서로 까칠한 관계를 이어나갑니다. 캐릭터의 힘에 비해 스토리의 설득력은 다소 떨어집니다. 보도자료를 보니 시나리오가 무슨 무슨 공모전 수상작이라는데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원래 각본의 이야기 구조는 괜찮았는데 각색 과정에서 후퇴된 것은 아닌지 궁금했습니다. 자기도 양다리 아니 세,네다리 걸치면서 상대 남자가 잠시 한눈 팔았다고 악악대는 건 좀 지나치다 싶더군요. 전후맥락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짐작만으로 두 남녀 사이에 다짜고짜 끼어들어 주먹을 날리는 이종혁의 행동은 더욱 이상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자장면을 입가에 묻혀가며 미친듯이 먹고, 예쁜 입으로 "꼬라지 하고는"하는 대사를 연발하던 매력적인 캐릭터의 특성을 많은 부분 차용한 한예슬의 힘은 다른 허술함들을 다소 덮어줍니다. 남성 관객들은 수십 벌의 옷을 갈아입으며 각기 다른 분장을 하고 나와 때로는 청순녀로, 때로는 요염하게, 때로는 심하게 망가지는 한예슬의 매력을 보는 재미가, 여성 관객들은 남자를 대하는 그때 나이쯤의 여성을 대변하는 심리 묘사에 공감을 하며 볼 것 같네요. 영악한 척하며 계산적으로 살아가던 여성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남자를 선택함으로써 자기 삶을 결정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를 중심에 두는 삶을 생각하게 된다는 결말도 그럭저럭 깔끔합니다.

 미수가 자기 방 화장대 앞에서 각기 네 남자와의 결혼 후를 상상하는 장면은 영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특정 신체 부위에 페티쉬를 가진 재벌 3세를 연기한 권오중의 코믹 연기는 자연스럽고(저는 한예슬, 권오중 커플의 에피소드가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GOD 멤버에서 배우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손호영의 연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서투르니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 속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매력 있는 여성 캐릭터인데 이야기 구조가 더 깔끔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내셔널 트레져:비밀의 책(12세 관람가)

링컨 대통령 암살범 일당이 남긴 비밀의 일기장에 남겨진 단서를 토대로 황금사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그걸 찾아가는 동기는 고고학자인 주인공 조상의 억울한 불명예를 벗어버리기 위해서입니다. 니콜라스 케이지, 존 보이트, 다이앤 크루거, 애드 해리스에 헬렌 미렌까지 가세한 초호화 캐스팅에 비해 영화적 완성도는 실망스럽습니다. 배우들 출연료를 과다 지출해서 완성도가 떨어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종류의 모험 영화는 주인공들이 비밀의 열쇠를 하나하나 어렵게 풀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그럴듯한가에 있는데 니콜라스 케이지의 직업을 고고학자로 설정했으면 풍부한 지식과 좋은 머리 정도는 이해하겠는데 영화에서는 액션전문 스턴트 맨에다 만능해결사 맥가이버를 결합시킨 능력을 갖췄습니다. 어떤 난관도 쉽게 뚫고 들어가고 가는 곳마다 단서들이 쉽게 발견되고 포털 검색엔진처럼 모든 문제를 척척 해결해 나가니 그의 여정에 몸을 선뜻 싣기가 어렵더군요. 미국이 2백년 조금 넘는 짧은 역사에 원주민을 무참히 학살한 땅에 세워진 나라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후에 발견하는 보물과 유적도 결국 실망스럽고 이런 소재에서 착안한 이야기 거리라면 5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 무궁무진하게 많으니 우리나라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분발을 촉구하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밖에 네 커플의 사랑을 담은 한국영화 [내사랑]과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친 가족용 영화 [앨빈과 슈퍼밴드], 에단 호크가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한 사랑이야기 [이토록 뜨거운 순간]과 1차 대전을 무대로 한 [메리 크리스마스], 최하동하 감독이 직접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찍은 서울[택시블루스] 등이 개봉됩니다. 주말과 크리스마스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