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노조를 포함한 영화관련 단체들이 17일 불법복제근절과 영화 관람료 인상을 제안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영화계 인사들과 산업 내부를 곁에서 지켜보는 영화담당 기자의 입장에서는 이들의 우려가 전혀 생뚱맞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상태로는 영화시장도 시장 규모가 참담하리만큼 축소되고 들을만한 노래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리메이크와 샘플링이 판을 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 음악시장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상당히 현실성 있다고 보입니다. 관람료 인상에는 물론 배우를 포함한 영화계 모든 분야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부담없는 가격 때문에 부자나 가난하거나 상관없이, 주머니 사정의 압박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민의 가장 친근한 문화향유 수단이라는데서 천원, 이천원 올리는 것은 다른 분야와는 다른 심리적 저항감과 충격파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극장을 자주 가는 20대 초반의 젊은 후배에게 "영화 관람료 만원으로 올린다면 어쩔 거냐?"물었더니, "올리기만 하면 절대 극장 안가죠."하더니 잠시 후 "근데 다른 가격과 비교해 볼때 싸긴 싸죠."하더군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화관람료 인상은 법적, 형식적으로 보면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관리 감독이나 지도를 받는 사안이 아닙니다. 순전히 업계 자율로 결정하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문화관광부나 재정경제부 등은 서민들의 저항을 이유로 몇년전부터 제기되어 온 업계의 인상 요구에 유형 무형의 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입니다. 순전히 정부가 결정권을 갖고 해마다 1,2백원씩 야금야금 올리는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요금과 국제유가 변동폭에 민감하게 올라갔다가 좀처럼 내리지는 않는 휘발유값을 생각한다면 좀 너무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바꾸어 말하면 그러잖아도 각종 물가가 선진국보다 비싸 죽겠는데 상대적으로 싼 영화값까지 올리면 어떻게 하냐는 항변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한두 편의 대박영화가 언론의 조명을 받는 동안 90%가 넘는 영화들이 본전도 못뽑고 극장에 걸렸다가 바로 사라지고 DVD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은 분명히 비정상적입니다. 이 가운데는 만들어져서는 안되는 쓰레기같은 영화들도 있지만, 극장 흥행은 형편없지만 몇 년이 흐른 뒤에 보아도 감탄할 만한 숨겨진 보석같은 작품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발표된 영화인들의 성명은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때 수억원에 달하는 출연료 꼬박꼬박 챙기고 외제차 몰고다니는 유명배우들을 비난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7,8천원도 아까운 영화들도 많지만 가끔 가다 만원을 내고 봐도 안 아까운 영화를 만나는 즐거움은 4,5천원하는 스타벅스 커피를 소비하는 것과는 또다른 즐거움을 주는 문화 소비생활인 것 같습니다. 아래 첨부한 성명서를 읽어보신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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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안
2007년을 보내며 우리 영화인들은 한국영화산업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영화산업의 주체들과 영화관객들께 호소합니다.
우리 영화인들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효율적이고 투명한 산업적 기반과 참신하고 뛰어난 예술적 영감을 결합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영화산업의 모든 주체들과 관객, 그리고 국민께 제안합니다.
첫째, 불법복제/불법다운로드를 통한 영화의 유통이 근절되어야 합니다.
불법복제/불법다운로드를 통한 영화관람은 영화산업의 위축을 초래하고, 최종적으로는 관객 여러분들이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영화의 제작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이미 비디오·DVD 등의 부가시장 규모가 2001년에 비해 채 반도 되지 않습니다. 극장매출만으로 영화제작비를 회수해야 하는 극한상황은 극장수입의 확대를 위한 홍보비의 증액을 불러 일으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할 뿐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출발이 바로 불법복제/불법다운로드입니다.
이미 영화인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불법복제/불법다운로드를 통한 영화 유통의 문제점을 알리고 있으며, 또한 대안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화인들의 요구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영화산업의 모든 주체들과 관객의 협조가 절실합니다. 다시 한번 불법복제/불법다운로드를 통한 영화 유통의 근절에 대한 여러분들의 협조를 요청합니다.
둘째, 영화관람요금이 현실화되어야 합니다.
소수의 대박영화만으로는 영화산업이 지속될 수 없습니다. 극장매출이 다시 영화제작으로 선순환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영화가 손익분기점(BEP)를 넘겨야 합니다. 현재의 관람요금구조로는 도저히 그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영화관람요금의 현실화를 요청합니다. 영화관람요금을 현실화한다는 것은 최소한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영화관람요금의 변화를 의미할 것입니다.
그동안 이러저러한 이유로 영화관람요금이 인상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영화관람요금의 인상이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을 밑도는 수준이었음도 분명합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는 11.4%가 증가(연평균 2.3%)하였습니다. 그러나 영화관람요금은 같은 기간 동안 3.9% 인상(연평균 0.8%)되었을 뿐입니다. 더욱이 같은 기간 동안의 영화제작비는 평균 31.7%(연평균6.4%)가 증가하였습니다. 영화제작비의 증가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가장 주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영화관람요금의 제자리걸음은 좋은 영화가 또다른 좋은 영화의 탄생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는 가장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보다 나은 영화를 통해 관객여러분과 만나기 위해, 다시 한번 영화관람요금의 현실화를 요청합니다.
두가지 제안과 더불어 보다 나은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하여 우리 영화인들은 어떠한 노력과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화제작에 관여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이 협력과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여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관객 여러분과 함께 하는 한국영화이자 한국영화산업이고 싶습니다.
2007. 12. 17.
한국영화산업구조합리화추진위원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영상투자자협의회
(사)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네트워크
(사)여성영화인모임
(사)영화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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