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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외롭지 않아요"…곰과 거위, 아름다운 동거

김영아

입력 : 2007.12.13 20:44|수정 : 2007.12.1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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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요즘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면, 북극곰 우리 앞에서는, 만감이 교차해서 한동안 발걸음을 떼기 어렵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김영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은주가 떨어질수록 왕성한 기력을 자랑하는 빙판의 제왕 북극곰.

그러나 올겨울 서울대공원의 북극곰 민국이는 우리 뒤편에서 매일 주사를 맞습니다.

[민국아, 빨리 나아라. 좋아져야지.]

털이 빠져서 속살이 시커멓게 드러난 콧등, 윤기 잃은 털빛.

민국이는 올해 스물아홉, 사람 나이로 치면 100살이 넘은 할머니입니다.

[최재덕/서울대공원 사육사 : 작년 2월 달에 자기 수컷이 생을 마감하다 보니까, 혼자 있다 보니 외로워서 그런지 모르지만 더 그만큼 활동량이 줄고 자꾸 누워있는 시간이 많고.]

민국이는 84년 개원 때부터 서울대공원을 지켜온 터줏대감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인기는 민국이의 오늘을 더 초라하게 합니다.

[등에 이끼 낀 거야? 초록색이야. 안 씻어서 그래]

[김정길/서울 전농동 : 한마디로 서글프지. 짐승이고 사람이고 마찬가지로 나이들면 서글프지.]

외롭게 세월과 싸우며 누워만 있던 민국이가 최근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거위 한 쌍과 동거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거위 부부는 활발히 움직이면서 무력감에 빠진 민국이를 자극했습니다.

[강신근/서울대공원 동물병원 수의사 : 호기심이 가고 그러면, 활동적으로 움직이게 되고, 신진대사도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민국이는 활동량이 건강할 때의 70~80% 수준까지 높아졌고 식욕도 되찾았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어요. 저거 잡아 먹어버리지 않겠나. 거위가 굉장히 효자노릇을 한 것 같아요.]

사연을 전해들은 관람객들은 민국이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나금주/서울 청파동 : 너무 마음이 아픈 것 같아요. 건강하게 잘 살다가 좋은 모습으로 가면 좋을텐데.]

생의 끝자락에서 삶의 의지를 되살리고 있는 민국이와 조용히 이를 돕는 거위 한 쌍.

이들의 아름다운 동거가 관람객들의 마음에 온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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