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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탈취범 도주시간 벌려 촛불로 차량 방화

입력 : 2007.12.12 16:20|수정 : 2007.12.12 16:20

군·경 검문검색 구멍…용의자의 잔꾀에 놀아나


강화도 총기류 탈취사건의 용의자가 군.경의 추적을 따돌리고 도주시간을 벌기 위해 초를 이용해 차량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탈취한 총기류를 차량 소훼 장소 인근에 은닉하지 않고 도주용 차량에 실은 채 화성 등 경기지역의 포위망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돼 군.경의 검문검색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용의자는 자수의사와 총기류 유기지점을 밝힌 우편물에서 '도주시간 및 수사망 돌리기 위해 차량방화. 화장지에 초를 꽂아 시간이 지나 불이 나게 함. 도주용 차량으로 추적 못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12일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용의자가 탄 은색 코란도승용차가 범행당일(6일) 오후 7시 38분께 평택-안성간 고속도로 청북요금소를 통과했고, 오후 10시 40분께 화성시 장안면 독정리 논바닥에서 불탄 채 발견됐다.

청북요금소에서 독정리까지 승용차 소요시간(30여 분)을 감안하면 2시간 30분 이상 남는다.

결국 용의자의 의도가 맞아 떨어져 촛불이 타들어가고 차량이 불타는 이 시간을 이용, 용의자는 군.경의 포위망을 유유히 벗어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촛불제조업체에 따르면 일반양초의 경우 모두 타는데 7~8시간 소요돼, 용의자가 양초의 상당부분을 절단하더라고 차량에 옮겨 붙기 전에 최소 수십분은 탔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승용차가 불타는 데는 20분 이상 걸려 용의자는 경찰의 차량발견 시각까지 1~2시간 이상 다른 차량을 이용한 도주의 여유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그러나 용의자가 이 시간대에 화성지역에서 탈취한 총기류를 은닉하거나 이마에 난 상처를 치료한 것으로 추정하고 며칠째 주변 탐문수사에 집중하는 등 뒷북을 쳤다.

경찰은 또 총기탈취 직후부터 차량이 불탄 채 발견된 시각까지 경기도내 고속도로 요금소 등 447개 길목에서 검문검색을 벌였지만 용의차량인 코란도에만 집중해 다른 차량은 사실상 무사통과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차량이 은색 코란도에 차량번호까지 확인돼 코란도 검문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며 "용의자가 도주용 차량으로 갈아탄 사실을 일찍 알았다면 다른 차량에 대한 검문도 충실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지리감이 높아 화성과 평택 지역의 농로로 이동했다면 검문검색도 별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며 "차량이 전소돼 용의자의 주장대로 촛불로 차량을 불태웠다는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용의자가 서해안고속도로와 평택-안성간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39번국도 등 고속도로와 국도 등을 주로 이용해 대담하게 도주행각을 벌인 사실이 확인돼 경찰의 해명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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