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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프레이-12월 둘째주 개봉영화

남상석

입력 : 2007.12.06 14:14


사회적으로는 대통령 선거와 삼성 비자금 수사, 사적으로는 각종 송년모임이 촘촘하게 박히는 격동의 12월입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빅시즌을 앞두고 이번 주 극장가는 숨고르기에 들어가 개봉영화가 별로 없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할리우드 영화 [어거스트 러시]가 의외로 1위를 차지했고, 개봉 3주차의 [세븐데이즈]가 바짝 뒤를 이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이렇다 할 작품이 별로 없는 가운데 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가 단연 눈길을 끕니다.

헤어스프레이(12세 관람가)

1960년대 인종차별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미국 볼티모어의 뚱뚱하지만 한없이 낙천적인 여고생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는 당대 최고 인기 TV쇼인 코니 콜린스 쇼의 출연자 오디션에 응시하고 덜컥 합격합니다. 역동적이고 힘찬 흑인 음악과 춤에 관심 있어 하고 흑인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에 금발 백인 미녀인 방송국 국장 벨마(미셸 파이퍼)는 경악하고 딸 앰버를 올해의 미녀에 선정되도록 하는 과제와 역겨운 흑인들과 우호적인 트레이시같은 일부 백인을 몰아낼 흉계를 꾸밉니다.

[헤어스프레이]는 1988년 영화가 원작이고 이를 토대로 2002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들어져 성공을 거둔 작품인데 이번에 다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우선 출연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합니다. 7,80년대 디스코 열풍을 몰고 온 뮤지컬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존 트라볼타가 [미녀는 괴로워]의 뚱녀 한나처럼 뚱보 분장을 하고 트레이시의 어머니 역할로 나옵니다. 처음에는 비만 콤플렉스 때문에 바깥 출입도 제대로 못하다가 영화 막판에는 흥겨운 노래와 춤을 선사합니다. 트레이시 아버지로는 크리스토퍼 워큰이, 벨마역에는 미셸 파이퍼가 나와 아직도 눈부신 미모와 노래를 뽐냅니다. 전설적인 여성 래퍼 출신이자 영화배우인 퀸 라피타도 나오고 트레이시의 절친한 친구로 흑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페니 역으로는 [쉬즈 더 맨]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아만다 바이스가 나옵니다.

오디션을 통해 뽑힌 트레이시역의 니키 블론스티는 첫 장면부터 '굿모닝 볼티모어'라는 활기 넘치는 노래와 춤으로 영화를 이끄는데 통통한 팔다리에 항상 미소 짓는 얼굴이 어찌 그리 예쁘고 귀여운지 모르겠더군요.

영화를 관통하는 심각한 주제인 인종차별을 밑바닥에 깔지만 흥겨운 춤과 노래로 즐거움을 하나 가득 선사하는 뮤지컬 영화인데, 그 즐거움은 영화를 관통하는 60년대의 활기와 낙천성에 기반을 둔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 선보이는 뮤지컬도 보았는데 영화와 비교해볼때 후반부 줄거리가 조금 차이가 나고, 중요한 갈등구조가 막판에 설득력 없이 말 한마디로 해소되는 아쉬움이 있지만 배우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맛보는 3차원의 역동성은 2차원 평면의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타트 포 텐(15세 관람가)

톰 행크스가 제작한 80년대를 무대로 한 청춘 드라마입니다. [비커밍 제인]에서 주인공 제인 오스틴과 사랑을 나누는 법관 지망생으로 나왔던 제임스 맥카보이가 주인공입니다. 별 볼일 없는 시골내기 브라이언은 명문 브리스톨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어릴 적 꿈이었던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할 준비를 하고 동아리에 가입합니다. 기숙사에서 만난 레베카와 동아리에서 만난 금발미녀 앨리스 사이에서 사랑의 갈등도 겪고, 대학진학을 포기한 시골친구와도 갈등을 겪습니다. 풋내기 20대때 저지르는 어수룩하고 멍청한 행동을 통해 인생과 사랑을 알아간다는 내용으로 곳곳에 깔린 영국식 유머 코드가 잔재미를 주는 청춘 성장영화입니다. (퀴즈 동아리 회장 역할의 배우가 특히 많이 웃깁니다.)

상하이의 밤(12세 관람가)

일본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남자는 사업파트너이자 반려자인 아내와 이혼의 위기를 겪고 있고, 철없는 남동생을 먹여 살리며 택시기사로 일하는 선머슴 같은 여자는 정비공하기에는 정말 아까운 외모를 지닌 남자에게 마음이 있지만 속앓이만 합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이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서로 조금씩 소통하며 마음을 열고 각자의 삶과 사랑을 돌아본다는 내용의 중일 합작 영화입니다.

2차 대전 이후로 한일관계 만큼이나 껄끄러운 중일관계를 반영이라도 하는 듯이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결말도 허무하고 주인공 남녀가 각자 떠드는 일본말과 중국말이 겉돌고 남자 주인공이 쉽게 전화 한 통화면 찾을 수 있을 텐데 우왕좌왕 밤새 헤매는 것처럼 영화도 겉돌고 헤맵니다. 고풍스러운 호텔 건물과 최첨단 고가도로의 인공조명이 인상적인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상하이 밤거리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차원에서라면 상하이 관광 홍보 영화 같기도 한데...택시에 비교적 세게 다리를 치인 남자가 갑자기 로봇 춤을 춘다든지 현실에서 몇 글자 쓰면 금방 닳아버리는 립스틱이 영화에서는 차 앞 유리도 모자라 벽과 도로 바닥을 가득 메울 때까지 끄떡없는 무한리필 신공이라든지 등등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큼직한 눈코 입으로 묘한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조미의 얼굴을 오랜만에 보는 것 말고는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이밖에 프랑스에서 건너온 로맨틱 코미디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과 아들을 죽인 살인범이 가벼운 형을 받자 아버지가 직접 무자비한 복수에 나선다는 케빈 베이컨 주연의 액션영화 [데쓰 센텐스], 공포영화 [호스텔]등이 개봉됩니다.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