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일당들이 강도 짓을 벌이다 결국 철창신세를 지게됐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얻지 못한 채 실업자로 지내던 김 모(26)씨는 지난 9월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가입했다.
김 씨는 자살사이트 게시판에 쓴 '함께 하실 분 연락주세요'라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을 읽은 이 모(29)씨와 임 모(30)씨가 연락을 취해왔다.
이 씨와 임 씨도 각각 사업 실패 등으로 자살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이들은 동반자살을 결행하기 위해 지난 10월 중순 술과 수면제 등을 갖고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이 씨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김 씨가 "우리 '죽을 용기'가 있으면 같이 한탕해서 빚이나 좀 갚아보자"고 제안했고, 차마 용기가 없어 자살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던 이 씨와 임 씨는 기다렸다는 듯 김 씨의 말에 동의하고 강도를 모의한 뒤 일단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보름 뒤 전주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렌터카와 흉기 2점, 청테이프, 모자, 마스크 등을 구입하는 등 범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첫 범행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이들은 서울에서도 부유층이 주거하는 강남구 일원에서 며칠간 범행대상을 찾아다녔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실패하고, 지난달 10일 밤 늦게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에서도 힘이 약한 부녀자들을 중심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일당은 마침내 11일 오전 1시께 유성구 인근 주택가에서 주차하던 여대생 박 모(24)씨를 발견, 범행 모의 후 한달여만에 실행에 옮겼다.
이들은 박 씨로부터 13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뒤 자신들의 차를 타고 달아났으나 폐쇄회로(CC) TV화면과 통화기록 등을 토대로 이들의 신원을 파악한 경찰에 의해 범행 한달만에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이 씨는 경찰에서 "컴퓨터그래픽 디자인 사업을 하다 사기를 당해 빚을 지게 됐다"며 "빚을 갚으려고 '한번'만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일당중에는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을 졸업한 용의자도 있었다"며 "이들은 주유소 종업원, 자장면 배달부 등으로 일하면서도 궁핍한 생활을 면하지 못하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5일 이들을 강제로 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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