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한 주상복합건물에 불이 나 한밤중에 주민 2백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고정식 창문에 베란다도 없는 주상복합건물, 자칫 참사가 날 뻔했지만, 주민들의 기지로 피해가 줄었습니다.
이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시뻘건 불길 사이로 시커면 연기가 하늘로 치솟습니다.
불길을 잡으려는 소방관의 손길이 바쁘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진화작업이 쉽지 않습니다.
어젯밤 8시 반쯤 경기 안양시 범계동의 15층짜리 주상복합 오피스텔 2층 음식점 주방에서 불이 났습니다.
불이 1, 2층 전체로 삽시간에 번지면서 유독가스가 건물 복도와 계단을 뒤덮었습니다.
[박정미/대피 주민 : 비상등이 안 켜져 있어요. 그냥 사이렌만 울렸어요. (소리만 나고?) 네, 앞이 안보이고. (방송 같은 거는?) 방송도 없었어요. 아주 그냥 죽는 줄 알았어요.]
난방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치된 고정창문은 유독가스가 밖으로 새나가는 걸 막아, 주민들이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주민 60명은 옥상으로 피신해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구조를 요청하는 쪽지를 붙인 페트병을 작은 창문 틈으로 던져 구조대에 연락해 다행히 화를 면했습니다.
일반 아파트는 벽과 천장을 타고 불이 옮겨붙어도 베란다로 임시 대피할 수 있지만 주상복합건물의 경우 건물이 막혀있어 대피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임국빈/경기 안양소방소 방호과장 : 창문이 열어놔도 한 10cm 정도 밖에 안 돼요. 밀폐된 공간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기도 많이 빠져나가지도 않고, 인명 대피하는 데도, 구조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불이 났을 때 주상복합건물에서 인명피해가 생길 확률은 일반건축물에 비해 무려 7배나 높습니다.
주민들의 기지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화재에 취약한 주상복합건물의 문제점이 드러난 사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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