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서면조사는 무혐의 처분', '소환조사는 기소'로 인식
검찰이 ㈜다스 및 BBK의 실소유주라거나 김경준 씨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혐의에 가담 또는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해 '무혐의 내지 불기소 처분'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씨 기소 시한(12월 5일)을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이고, 이 후보를 기소하려면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사가 끝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으나 검찰은 여전히 "수사는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므로 지켜봐달라"고만 강조하고 있다.
◇ 서면조사 의미는 =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거나 고소·고발 사건에서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지 않을 때 실시하는 서면조사는 통상 무혐의 처분을 위한 절차로, 반면 소환조사는 기소를 위한 절차나 수순으로 인식된다.
물론 서면조사 답변이 부실하거나 추가 조사 필요성이 있을 경우 다시 서면조사서를 보내거나 검찰청사로 출석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후보에 대한 청와대 비서실의 명예훼손 혐의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오세인 부장검사)도 이 후보 등에게 검찰 출석을 요구했다가 응하지 않자 서면조사서를 보낸 바 있다.
검찰이 이 후보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 후보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는 기소를 하건 무혐의 처분을 하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과 정치권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검찰 안팎에서는 이 후보가 피고발인 신분인데다 김 씨의 주장과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이 후보가 직접 해명·설명·주장해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예컨대 김 씨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한글 '이면계약서'(주식매매거래서)의 진위 공방과 관련해서도 김 씨가 계약서에 찍힌 도장 뿐 아니라 계약서 내용 자체가 진짜라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 측은 도장이 이 후보의 '사용인감'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김 씨가 포괄적으로 사업을 위임받아 수행하면서 도장을 임의로 찍어 계약서를 위조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후보가 도장을 맡긴 것인지, 자신이 동의해 찍은 것인지,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는지 등은 당 대변인 등 제3자가 아닌 본인이 직접 해명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특별수사팀(최재경 부장검사) 소속 검사별로 이 후보에게 직접 질문할 사항을 취합한 뒤 이 후보 측에게 보내 지난주말 의견서 형식의 답변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은 "우리는 검찰에 할 도리는 다했다"고 말해 서면조사가 이뤄졌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 '이 후보 무혐의' 가닥 잡았나 = 김 차장검사는 "(이 후보 연루 여부 등에 대한) 수사는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며 김 씨의 혐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를 확인하거나 조사하고 있고 참고인 조사와 계좌추적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다스나 BBK의 설립부터 증자, 자금인수, 배당 등에 이르기까지 이 후보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회사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전 과정의 자금 흐름을 지금도 보고 있고 김 씨를 기소하는 마지막 시점까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수사 방식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과정으로, '검찰이 이미 수사를 끝내고 어느 정도 결론을 냈다'고 하면 오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임채진 검찰총장이 취임식 때 강조했던 '있는 것은 있다고 하고, 없는 것은 없다고 하겠다'는 언급은 의혹의 대상이 되는 모든 회사와 추적 가능한 자금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 이 후보의 돈이 흘러다닌 흔적이 '하나라도 있으면 있다고 하고, 없으면 없다고 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이명박의 돈'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자금이 흘러다닌 흔적을 찾지 못했으며 김 씨를 기소하는 시점까지 그런 정황이 잡히지 않는 한 이 후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자금추적을 통해 이 후보가 ㈜다스나 BBK의 설립·경영에 관여했거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과정에 이 후보의 자금이 흘러다녔다는 정황이나 단서가 나왔다면 이 후보를 당장 소환조사하거나 기소하지는 않더라도 '있는 것은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고 하는 차원에서 국민에게 사실 관계는 밝혀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정치권은 조만간 열릴 검찰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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