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순대로 읽으면 이회창 불리"
무소속 이회창 후보측이 '기호 12번'에 웃다가 울 태세다.
기호 12번을 받았을 당시에는 '어정쩡한' 중간대 번호를 받기 보다는 맨 끝 번호를 받는 것이 유권자들의 혼선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또 이회창 후보가 인용해 온 '상유십이 순신불사'(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고 신은 죽지 않았습니다)와도 공교롭게 일치하자 '상서로운' 기호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우려로 바뀌었다.
대선후보가 12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여론 조사기관이 기호 순으로 후보들 이름을 불러주고 지지율을 조사한다면 맨 끝에 있는 이회창 후보의 이름을 다 들을 '인내심'을 가질 유권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28일 오전 캠프 회의에서도 "이런 방식이라면 이회창 후보에게 너무 치명적"이라며 심각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회의에서는 첫 유권자에게는 1번→12번 순서로, 그 다음 유권자에게는 12번→1번의 순서로 여론 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그 비율도 동등하게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고 한다.
강삼재 캠프 전략기획팀장도 기자와 만나 "기호 순으로 읽는다면 12번을 받은 이회창 후보가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캠프 법률지원팀에서도 공평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여론조사 기관에 대해서도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들도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내 최대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 측 관계자는 "기호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에는 후보들 이름을 번갈아가면서 읽어줬지만 기호가 정해진 만큼 앞으로 여론조사를 기호 순대로 읽을 지, 돌아가면서 읽을 지에 대한 의사 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돌아가면서 읽는 방식'이란 예를 들어 첫 번째 유권자에게는 1~10.11.12번 순서대로 읽었다면, 다음 유권자에게는 2~11.12.1번, 그리고 그 다음에는 3~12.1.2번 순으로 읽어주는 방식이다.
이 관계자는 "돌아가면서 읽으면 앞 부분에 기호를 받으신 분들은 왜 기호 순대로 안 읽느냐고 항의할 것이고, 뒤에 계신 분들은 기호대로 읽으면 우리가 손해 아니냐고 이의를 달 수 있다"며 고민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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