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문제 싸워야 하는건지, 이익될지 판단 쉽지 않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4일 "지난 5년 동안 제가 (집권)한 동안 기억은 시끄럽고 힘들었던 기억, 버거운 싸움을 계속했던 기억 밖에 별로 안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열린 `해인사 대비로전 낙성 대법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이같이 말한 뒤 "그러나 우리 국민이 하도 유능해서, 역량이 하도 뛰어나서 대한민국은 지금 잘 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사람마다 소원이 다르고 하나를 이루면 더 큰 소원을 가지고 그래서 만족이 있을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잘된 사람은 잘되고 그냥 사는 사람은 그냥 살지만 지금도 굉장히 어려운 사람은 어렵다"며 "그 전보다 조금 나빠진 사람들, 언제나 어려운 사람들, 그 분들 가슴속에 큰 기쁨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항상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이 국민이 하자고 하는 것만 해야 하는 건지, 대통령 판단으로 국민에게 이익되는 걸 해야 하는 건지 굉장히 판단이 어려운 문제"라며 "어느 한 쪽만으로 갈 수는 없다. 국민이 원하면서도 국민에게 이익된다는 그것이 함께 가야하는 데 이 판단이 언제든지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날 기억을 돌이켜보면 이익이라고 말했던 많은 것이 지나고 보면 국가를 위해 이익이 안됐던 게 참 많다"며 "그래서 국민의 의견과 대통령의 의견이 다를 때, 때론 다르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참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정부가 언론과 각을 세우고 맞서야 하는 것인가. 하나하나 예를 들면 부처출입제도를 없애라든지, 기자단 제도를 없애라든지, 기자실 제도를 없애라든지 이런 것들 갖고 싸워야 하는 건지, 이 문제가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이익이 되는지 판단은 저도 국민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체로 이런 갈등이 있었지만 양심껏 하느라 했다"며 "제가 중간에 안 쫓겨나오고 다 무사히 마치고 나오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에 파란이 좀 있지만 그동안 제 양심으로 국민을 위해 하고 싶었던 일, 꼭 해야 된다는 일들을 그런대로 할 수 있었고 몇 가지 남았지만 대부분 이루고 간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사람이 밑천인 시대로 간다. 이제는 사람을 교육해야 하고 가정환경이 나빠 교육받기 어려운 사람에게 각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옛날에는 자비심으로 약한 사람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미래에 있어서는 자비심이 아니라 국가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생이란 것은 더이상 자비에서만 머무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국가전략"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그런 방향으로 한다고 노력했다. 누가 안 하려 한다고 누굴 비판하자고 하는 말이 아니고 제가 이런 방향으로 일하는 동안 공격을 너무 많이 받았고 너무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런 데 대한 이해가 넓어졌으면 하는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저는 5년 내내 경제가 널뛰기 하지 않게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한 뒤 "경제가 안정되면서 서서히 성장해가는 수준이 제일 좋은 것"이라며 "저는 5% 정도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 경제의 동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 동력이란 것은 경제가 크게 병들지 않아야 하고 심각한 불균형이 없어야 한다. 그것을 목표로 해왔는데 대개 그렇게 유지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올해 국민소득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금년도 통계를 다 합쳐 계산하면 올해 2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된다"며 "물론 많은 사람들이 달러 환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일본이든 싱가포르든 어느 나라든 경제 소득 수준이 올라갈 때는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우리는 환율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말할 수 있다. 1997년 환율은 800원대였는데 지금은 900원대다. 800원대로 더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국민소득은 2만1천 달러로 올라간다"며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달러환율은 오히려 높은 데 2만 달러를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초음속 국산 고등훈련기인 T-50 수출 건을 거론하면서 "비행기가 팔릴 것 같다"며 "세 나라 비행기가 경쟁하고 있는데 지금 저쪽(경쟁국)에서는 비행기 말고 그 나라 여러 가지 선물을 많이 하겠다고 해서 어렵긴 하지만 어쨌든 아무래도 지금 우리가 제일 유리하다. 잘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중동에 한 군데 있고 다른 곳에도 지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지칭하며 "한국의 국보급 문화재 같은 사람"이라며 "유 청장이 맡은 뒤에 우리 문화재가 대우받는 수준이 많이 좋아졌고, 여러 가지 제도도 많이 바뀌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