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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영장실질심사 포기한 김경준의 계산은?

입력 : 2007.11.18 12:49

검찰 사흘째 조사…'이명박 의혹' 규명에 착수한 듯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이자 올해 대선 정국의 중대변수로 떠오른 김경준 씨가 구속영장 청구 1시간이 조금지난 시점인 18일 오전 1시께 돌연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 심문)는 피의자가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전담판사에게 직접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불복 절차인 만큼 '실질심사 포기'는 곧 김 씨가 구속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물론 학력위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동국대 전 교수 신정아 씨는 실질심사를 포기했는데도 법원이 검찰 수사자료 등을 토대로 영장을 한차례 기각하는 등 이례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영장이 기각된다는 확신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김 씨가 강제수사에 불복하는 절차를 아예 버렸다는 것은 스스로 구속 상황까지 염두에 둔 '모종의 계산'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상 피의자는 자신의 범죄사실을 대체로 시인하는 경우에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이 이미 김 씨의 혐의를 입증할만큼 충분히 수사를 해 놓았고 미국 법원도 범죄인 송환 결정 당시 "범죄사실이 대체로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더구나 김 씨의 범죄사실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는 공소시효가 10년에 이를 정도로 중한 범죄여서 입증이 이뤄지면 구속은 물론 중형을 면치 못한다.

따라서 김 씨는 구태여 "검찰이 적용한 내 혐의 사실은 억지"라며 다투지 않고 대체로 혐의를 시인하면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김 씨가 노리는 것은 '사법적 절차에 협조했다'는 감형 사유와 검찰의 신속한 공범 수사.

즉, 발빠르게 혐의를 시인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향후 재판 등에서 양형 참작사유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적극적인 주장을 펴 이번 사건이 김 씨의 단독범행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하겠다는 것.

만약 검찰의 추가 수사 결과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 등에서 '주범'과 '종범'의 관계가 바뀌면 김 씨에게도 매우 유리한 정상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선 후보 등록 전에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으로 인해 검찰이 "신속히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이런 분석과 맥이 닿는다.

이는 곧 김 씨가 검찰의 향후 조사 과정에서 이 후보 등이 범행에 관여했다거나 심지어 주도했다는 주장을 펼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한다.

이런 추정이 맞다면 김 씨가 한국 송환 당일 검찰에 갖고 들어갔다는 '자료'도 자신의 죄책을 벗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후보가 BBK 등의 실소유주'라거나 '공범이 더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내용일 수 있다.

김 씨가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이날도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는 점 등은 검찰이 김 씨를 '최종 타깃'으로 여기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김 씨 구속을 기정사실화하고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에 본격적으로 접근하려는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편 이런 관측과 다소 거리가 있는 분석도 있다.

김 씨가 구속을 감수하려는 것은 결국 영장 기각으로 석방 상태가 됐을 때 오히려 자신의 신병상 안전이 더 위협받는다는 판단 때문일 거라는 관측이다.

어차피 본안 재판에서 징역형이 예상되는데 일시적으로 석방됐다가 신정아 씨 케이스처럼 수사기간 내내 취재진에 시달리거나 정치권의 협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실질심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김 씨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떠나 검찰은 이번 실질심사 포기로 수년간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하는 등 '공들여 데려온' 김 씨의 신병을 안전하게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속하게 이 후보 연루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그렇더라도 이번 사건은 쟁점이 복잡하고 사안별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많은 데다 수사의 성패는 김 씨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 '확실한 증거'에 따라 갈리는 만큼 검찰이 김 씨의 '복안'에 부합되는 결론을 내릴 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