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상반기 발행되는 고액권 지폐 가운데 5만원권의 초상인물로 신사임당이 5일 선정됨으로써 47년만에 여성인물이 화폐에 다시 등장하게 됐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지만 화폐발행의 역사에서 여성인물이 등장한 사례는 과거 딱 1차례 있었다.
1962년 5월16일 발행된 100환권 지폐에 한복을 입은 어머니와 아들이 저금통장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다.
저축을 장려하기 위한 취지를 담은 이 지폐는 실명의 위인이 아닌 일반인이 도안의 모델로 채택됐다.
이 '모자상(母子像)' 지폐는 그러나 도안 독특하다는 것과 더불어 우리나라 화폐 사상 유통기간이 가장 짧았던 것으로 더 유명하다.
발행된 지 불과 한달이 채 못돼 6월10일 제3차 통화조치의 실시로 새로운 화폐가 발행되면서 폐기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모자상 지폐는 희소성이 더해져 사용흔적이 없는 신권 형태는 수집가들 사이에 1장당 2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2009년 신사임당을 인물초상으로 한 5만 원권이 발행되면 여성인물이 무려 47년 만에 화폐인물로 재등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모자상 지폐가 유통기간이 한 달이 채 못됐고 실명의 위인이 아니었던 데다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모델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여성인물의 화폐도안 채택은 신사임당이 사실상 처음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외국의 경우 여성인물을 화폐 인물로 채택하는 사례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초상인물로 채택돼 있으며 영 연방 국가들 상당수에도 엘리자베스 여왕이 화폐 초상인물로 들어가 있다.
미국의 달러 지폐에는 남성 인물들 일색이지만 2000년 발행됐던 1달러 동전에는 '사카가웨아'라는 이름의 인디언 소녀가 모델로 등장했다.
일본에서도 2004년 발행된 5천엔권에 메이지 시대 요절한 여류소설가 히구치 이치요가 여성인물로는 처음 등장했다.
유럽 각국에서는 여성 인물의 화폐 모델 채용이 오래전부터 일반화 돼 있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5대5의 비율로 화폐 인물로 채용됐다.
독일에서는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이자 피아니스트·작곡가인 클라라 슈만이 유로화 도입 이전에 100마르크에 사용됐으며 과학자 퀴리 부인 역시 유로화 도입 이전 프랑스의 500프랑 지폐와 폴란드의 옛 2만 즐로티 지폐에 등장했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여성 인물이 남성과 거의 대등한 비율로 화폐인물로 채택돼 있으며 호주에서는 아예 지폐의 앞.뒷면에 각각 남성과 여성을 1명씩 배치하는 지폐가 발행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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