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의 마지막 날에 제가 8시 뉴스에 리포트한 내용은 올해 두 번째를 맞은 CT 컨퍼런스와 전시회였습니다. 여기서 CT는 병원에서 하는 컴퓨터 단층촬영이 아니라 우리말로 하면 문화 기술이라고 하는 Culture Technology로 문화와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각종 기술로 영화에 쓰이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애니메트로닉스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문화산업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CT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각종 지원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기술에 있어 가장 앞선 곳은 미국 할리우드라고 할 수 있는데 블록버스터 영화의 특수효과와 애니메이션 제작기술로 정의돼 영상제작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할리우드의 이런 업체들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스탭들이 방한해 강연을 한다고 해서 취재를 했습니다.
강연에 앞서 먼저 ILM(Industrial Light Magic)에서 7년째 일하며 현재 Creature Senior Technical Director(기술감독)로 일하고 있는 홍재철 씨를 만났습니다. ILM은 조지 루카스가 자신의 작품 [스타워즈]를 만들기 위해 1975년 설립한 특수효과 전문회사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며 여러 가지 신기술을 스크린에 펼치며 마법같은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업체입니다. 홍 씨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 [트랜스포머]에서 디지털 크리쳐나 디지털 액터를 만드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미국 교포는 아니고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취업을 했더군요. 7년전 자신이 취업했을대는 할리우드 특수효과 업체들에 10여 명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정규직원만 30여 명이 넘고 프로젝트 계약직까지 합하면 100여 명이 넘는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먼저 올 여름 극장가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디 워]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자신도 그 영화를 봤다면서 "컴퓨터 그래픽 수준은 전체적으로 할리우드를 많이 따라왔고 몇몇 장면은 대등하거나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일단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 즉 시나리오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할리우드 영화는 영화를 찍느냐 안 찍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시나리오 하나다. 시나리오가 완성이 되고 그것이 완벽해야지 영화제작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시나리오가 완성이 되지 않거나 완성된 시나리오가 허술한데 어떤 특수효과를 넣는 영화다. 이런 특수효과는 지금까지 영화로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에 영화로 성공을 할 것이다. 정말 정석으로 영화라는 것은 관객들에게 스토리를 통해서 감동을 주는건데 거기에 집중하지 않고 단지 그냥 잔기술에 집중해서 영화를 만든다면 그 영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의 업계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미국이 굉장히 체계적인 것 같다. 분야가 굉장히 세분화 되어있고 자기가 맡은 분야만 앞만보고 달리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부분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앞으로 향해가는 열정들이 대단한 것 같다.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물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겠지만 그런 전문성 분야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디 워]처럼 제작착수에서 개봉까지 7년이 걸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기한에 임박해서 휴일도 없이 날밤새는 것은 그쪽 업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씨는 현재 2009년 개봉을 목표로 [트랜스포머2]와 3를 동시에 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트랜스포어]의 변신 로봇 보다는 [캐리비안의 해적]의 데비존스 선장이 자기가 맡았던 디지털 캐릭터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고, 마이클 베이 감독은 CF 감독 출신이어서 그런지 어떤 장면을 어떻게 보여줘야 가장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지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만난 분은 정유진 씨라고 Sony Pictures Imageworks에서 Senior Technical Animator로 활약하며 [수퍼맨 리턴즈], [폴라 익스프레스], [부그와 엘리엇], 그리고 곧 개봉예정인 [베오울프]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특수효과와 애니메이션을 함께 취급하고 있는데 정씨는 특수효과는 그 자체로는 경제적 가치를 직접 창출하지 못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상당한 가치를 창출하고 그 두 가지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한 회사로 통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씨는 고등학교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쭉 살았기 때문에 한국말이 다소 서툴더군요.

또 이번에 자기네 회사가 지사를 뉴 멕시코 주에 설립하는데 그 이유는 주정부에서 푸짐한 각종 혜택과 지원을 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라는데 미국 내 각 주정부는 물론 인도, 호주, 캐나다 등 여러 나라들이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의 자회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선호하는 곳이 인도인데 일단 영어가 통하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기반이 되는 기술 또한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정 씨는 [디 워]에 대해서는 홍씨보다 더 박한 평가를 주더군요. "한 10년 전 할리우드 수준까지 따라온 것 같다."며 장면의 복잡성이나 깊이 측면에서 볼때 할리우드 시스템으로는 6개월이면 충분할 것을 6-7년 걸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단축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지적으로 들렸습니다. 정 씨는 또 "집을 지을때 옛날에는 한 사람이 벽돌부터 구워가면서 지붕까지 올렸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벽돌 만드는 사람, 지붕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고 조립하는 시스템처럼 그쪽 업계도 다른 회사한테 맡겨서 미리 조립을 해서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은 최소한의 경비를 위해 하청도 주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이 두분들 연봉은 얼마씩이나 받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차마 못 물어봤습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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