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한때 달러당 900원 밑으로 추락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업체들이 다 죽는다"는 아우성은 과장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수출업계를 대변하는 한국무역협회(회장 이희범)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무협은 1일 내놓은 '환율하락에 대한 수출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소수 선도품목의 호조와 우리기업의 해외 생산기지에 대한 자본재 수출 증가, 아시아.중동 등 개도국 수출 호조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달리 말하면 선도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출품목, 해외생산기지를 갖지 못한 업체들,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미국 등 일부 시장으로의 수출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무협에 따르면 올해들어 9월까지 수출은 2천68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 증가했다. 올해 전체로 보면 수출액 3천70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4%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무협은 전망했다.
환율과 유가 등 어려운 여건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증가율로 평가할 수 있으나 세부적으로 보면 결코 바람직한 양상은 아니다.
2003년 19.3%, 2004년 31.0%, 2005년 12.0%, 2006년 14.4% 등 지난 수년간의 수출증가율 추이를 보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수출단가는 2003년 2.4%, 2004년 7.5%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2005년 1.3%, 2006년 -0.3%, 올해 0.1%로 답보상태이거나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올해 1-9월 수출 상위 10%에 해당하는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선박 등 20개 품목의 수출이 14.2% 증가해 이들 품목의 수출증가 기여율이 80.1%에 달했다. 하위 90% 품목 가운데 중소기업 수출비중이 높은 전자응용기기, 전선, 의류 등 수출증가율은 각각 -34.5%, 0.3%, -11.8% 등으로 저조했다.
수출품목의 성격별로는 자본재 수출이 올해 9월까지 1천355억달러로 25.2%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자본재의 비중은 50.5%로 지난해의 45.9%에 비해 5% 포인트 가까이 확대됐다. 반면에 소비재 수출은 491억 달러로 11.7% 감소하면서 비중도 23.2%에서 18.3%로 축소됐다.
자본재 수출이 늘어난 것은 우리기업들이 활발하게 해외투자를 하면서 해외 생산기지로의 부품, 소재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집중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으로의 수출이 19.3%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나 플랜트 수출이 50% 가까이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세안을 포함한 대(對)개도국 수출은 18.2% 증가한 반면 대 선진국 수출은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일본(-2.1%)과 캐나다(-1.0%) 등에 대한 수출은 감소했다. 대미 수출 증가율 역시 4.8%에 그쳐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요약하면 선도품목, 자본재와 플랜트, 대 개도국 수출의 호조가 대다수 품목과 소비재, 대 선진국 수출의 부진을 메워 줌에 따라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런 수출구조가 바람직하지도 않고 그나마 물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은 나빠지는 '껍데기 수출'은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2.4분기 수출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8%로 수출 대기업의 5.8%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 전체로도 2004년 4.4분기 이후 지난 1.4분기까지 채산성이 10분기 연속 하락한 데 이어 2.4분기에도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협은 이에 따라 "외형상의 수출증가에 만족해 환율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면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서라도 환율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협 국제무역원 현오석 원장은 "한번 잃은 시장을 되찾기는 새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환율하락의 영향을 회피하기 위해 선진국 시장을 외면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 원장은 "수출총액이 증가한 것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 규모별로, 수출지역별로, 수출 품목별로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올바로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면서 "외환시장 개입뿐만 아니라 해외투자 활성화, 국가간 협조 등 환율 안정을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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