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세요."
며칠전 날 경악(?)하게 만들었던 문장이다.
한 대선 후보의 포스터에서 발견한 슬로건이다.
"국민여러분 성공하세요."
개인적인 정치적 지향성이나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논할 마음은 없다.
(솔직히, 특별히 그런 걸 갖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_-)
말하고 싶은 건 그저 그 문구 자체다: "국민여러분 성공하세요."
포스터를 보는 순간 일견 온 국민을 향한 축원으로 보이는 가면 뒤에 숨어 있는 성공 이데올로기의 '포스'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숨이 턱 막히면서 말할 수 없이 불쾌했었다.
누구나 실패보다는 성공을 원한다.
그러니 '성공'을 지향하고 '성공'을 격려하는 것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승화된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넘치는 에너지를 앞세운 그 불도저식 발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경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현실을 자주 간과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자가 존경받는 건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패하지 않는 것이 인정받는 건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성공 권하는 사회 속에서 A의 성공은 꽤 자주 B의, 혹은 B와 C의, 혹은 B와 C와 D의, 혹은 B와 C와 D와 E를 비롯한 3백 2십 8만 7천 4백 5십 7명의 실패 위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군계일학이고 그래서 빛이 나고, 그래서 모두 부러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성공의 울타리 밖에 있는 절대다수의 국민과 대중과 서민들에게 '성공'을 절대선, 혹은 절대가치로 강요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폭력이다.
막바지 취업시즌을 맞아 후배가 준비하고 있는 청년실업 관련 아이템을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같이 고민(만) 하고 있다.
계기는 앞서 언급한 포스터 속에 등장하는 한 대선 후보의 이른바 '눈높이' 발언에 대한 한 젊은 칼럼니스트의 반론이다.
오늘 오전엔 일간지에서 "금전과 자본에 대한 열망이 공인"된 최근의 한국사회 속에서 어른들 보기엔 '눈만 높아서' '놀고 먹는' 수많은 '이태백'들의 현실이 실제로는 얼마나 '비루한 삶'인지를 말하는 기사도 하나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누가 나에게 "성공하세요" 혹은 "부자되세요"하고 말해준다면 화 낼 마음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맙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고 속에서, 포스터 속에서 온국민을 상대로 성공과 부자를 강요하는 일은, 그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일은 그만들 좀 해 줬으면 한다.
'성공'처럼 태생적으로 소수에게만 허락된 배타적인 가치 대신 함께 나누고 누릴 수 있는, 더 가치있는 가치를 좀 찾아 줬으면 한다.
그런 걸 좀 좇아 줬으면 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그러면 '88만원 세대'나 '이태백'이라는 말도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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