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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곤 전 청장 '6천만원 상납' 왜 털어놨을까?

입력 : 2007.10.24 15:54|수정 : 2007.10.24 15:54

조직보호 최우선 관행 깬 진술배경 의문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 씨로부터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이 검찰조사에서 수뢰액 가운데 일부를 현직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술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들의 내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조직의 특성상 상명하복과 조직보호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국세청의 관행에 비춰 고위급 간부직원이 조직의 수장을 상대로 '상납' 사실을 수사기관에 털어놨다는 사실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정 전 부산국세청장은 지난 8월 7일 구속이후 수사과정에서 지인 등에게 '억울하다'거나 '1억 원은 내 돈이 아니다'는 등의 발언을 해 수뢰사건과 관련해 자신도 피해자라는 식의 반응을 보여왔다.

이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 여론의 관심과 검찰수사를 '1억 원의 용처'쪽으로 돌렸고 이 과정에서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수뢰액 일부를 전달한 사실까지 털어놓게 된 것.

이런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정 씨는 구속 당시부터 뭔가 조직에 서운한 감정을 품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검찰은 정 씨가 인사청탁의 대가로 수뢰액 중 일부를 전 국세청장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따라서 정 씨가 국세청장을 상대로 인사청탁을 벌였다가 여의치 않자 상납사실을 털어놨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정 씨가 지방국세청장에서 본청 보직국장으로 수평 이동한 만큼 실패한 인사청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단순히 인사 불만만으로 조직의 관행을 깨면서까지 수장이 연루된 비리를 폭로했다고 보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에 따라 이번 수뢰사건이 그다지 친분이 깊지 않았던 정 씨와 정윤재 전 청와대비서관 사이에서 일어난 만큼 건설업자 김 씨와 정 씨, 정 전 비서관의 3자 외에 또 다른 관계자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정 씨는 혼자서 범죄혐의를 모두 덮어쓰고 구속돼 처벌받는데 대해 억울함을 느꼈을 수 있고 조직을 향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조직 수장의 비리를 폭로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평생 직업공무원으로 지내 온 정 씨가 갑작스레 영어의 몸으로 전락하자 크게 당혹했고 다소나마 혐의를 가볍게 하기 위해 상납 사실을 털어놨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사초기 당황한 가운데 상납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뒤늦게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더 이상의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상납' 진술을 확보하고도 한달이 넘도록 추가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점이나 정 씨의 진술이 일부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전언 등은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는 정황들이다.

건넨 돈의 성격이 일종의 관행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정 전 청장의 진술은 현직 세정 최고책임자의 금품수수폭로라는 사안 자체의 충격에 더해 관행을 깬 진술이라는 점에서도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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