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수준 과거사에 실체적 진실 접근 '성과'
과거사 청산이라는 역사적 화두를 내걸고 2004년 11월2일 발족한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가 24일 김대중(DJ) 전 대통령 납치사건과 KAL 858기 폭파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와 과거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의 실태를 고발하는 종합보고서를 내놓으면서 3년 간의 임무를 종결했다.
진실위가 우선적으로 파헤친 의혹들은 DJ납치사건과 KAL858기 폭파사건, 민청학련·인혁당, 동백림 간첩단,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 부일장학회 강제헌납·경향신문 강제매각,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등 7건이다.
현대사의 막후에 자리했던 정보기관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과거사를 바로잡는 한편 재발을 막자는 취지에서 진행된 진실위 활동은 그동안 심증으로만 추정됐던 사건들의 실체적 진실을 상당부분 드러나게 만들었다.
의혹마다 수만 쪽에 이르는 방대한 관련자료를 뒤지고 쉽게 입을 열지 않으려는 관련자들을 때로는 술잔을 기울이며 때로는 읍소하며 설득, 면담해 거둔 성과다.
하지만 수십년씩 묵은 사건의 특성상 관련자가 사망하고 관련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해 완벽하게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무덤까지 비밀을 갖고 간다'는 정보요원의 불문율 때문에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여의치 않았던데다 수사권도 없어 당사자가 진술을 거부할 경우 강제로 조사할 수도 없었다.
예컨대 KAL기 폭파사건은 진실위의 끈질긴 요청에도 불구하고 범인 중 한 사람인 김현희씨가 끝까지 면담에 응하지 않으면서 완결성을 기하지 못했고 김형욱 실종사건의 경우에도 사체 유기 장소에 대해 관련자들이 명확하게 답을 하지 않아 실체를 완전히 확인하지는 못했다.
또 고문시비 등과 관련해 전직 중정과 안기부 직원들과의 면담이 필수적이었지만 면담을 하지 못한 경우가 성사된 경우보다 훨씬 많았다고 진실위 측은 밝혔다.
아울러 DJ납치사건에서와 같이 증거 부족 등으로 최고통치자의 지시 혹은 사전인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진실위의 활동이 정보기관에 의해 자행된 부끄러운 과거를 들춰내 피해자들에게 미흡하나마 명예회복과 손해배상의 길을 열어줬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인혁당(인민혁명당)·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 사건이 대표적이다.
진실위는 2005년 12월 이 사건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의적 요구로 수사방향이 미리 결정됐고 사건의 실체가 과장됐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는 20일 뒤 서울중앙지법이 이 사건에 대한 재심청구를 받아들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법원은 지난 1월 사형이 집행됐던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데 이어 8월에는 희생자들의 유족에게 국가가 각각 27억~33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유족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줬다.
동백림 사건의 경우에도 진실위가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규모 간첩사건으로 사건의 외연과 범죄사실을 확대, 과장했다'고 결론내린 것을 계기로 피해자 중 한 명인 재독 음악가 고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 여사가 지난 9월 40년 만에 입국하기도 했다.
KAL기 폭파사건과 조선노동당 사건도 진실위 조사를 통해 각각 당시 정부가 대선에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점이 각종 증거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DJ납치사건에 대해서도 이후락 당시 정보부장의 지시에 의해 중정이 조직적으로 실행한 불법납치사건이며 이후에도 박정희 정권이 조직적으로 진상은폐 공작을 벌였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 진실위 조사결과가 사법적 판단은 아니어서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부일장학회 헌납사건과 경향신문 강제매각 사건에 대해 진실위는 2005년 7월 '중앙정보부의 강압에 의해 헌납.매각됐으니 시정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진실위는 7대 사건 외에도 의혹이 불거졌던 각종 사건들에 대해 정치·사법·언론·노동·학원·간첩 등 6개 분야로 나눠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 그동안 각종 증언이나 언론 보도로만 제기됐던 일부 사안들이 국정원 자료를 통해 입증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시간과 인원, 자료 부족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는 게 진실위 측의 자평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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