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선생님이 아니라 영원한 오빠지~."
'오빠부대'의 원조 가수인 조용필(57)은 요즘 '선생님' '조 대표'로 불린다.
16일 저녁 서울 방배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조용필은 자신의 호칭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언제부턴가 방송사 PD들이 저를 '선생님'이라고 하더군요. 또 가끔 골프장에 가면 조 대표로 불립니다. 듣기 싫은 건 아니지요. 순리대로 이런 호칭도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그래도 얼마 전 70~80대 분들이 '오빠'라고 불러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 닉네임이 오빠 아닌가요?"
환갑을 바라보는 그가 음악인으로서 행하는 자기 관리는 철저하다 못해 존경스럽다.
가수는 공연 무대를 통해 자신을 노출하고 신비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략 15년 전부터 TV 출연도 안 한다.
"88년까지 CF를 했어요. 제가 절 키운다고 생각하면 CF는 하면 안돼요. (가수는) 무대에서만 볼 수 있어야 해요. 궁금증이 생겨야 하죠. 아내와 결혼할 때 침대회사에서 왜 그렇게 CF를 하자며 전화가 오는지…. 허허. CF는 방송인이 하고 저는 무대에 서는 무대인으로 남아야 하니까…."
"TV에 출연을 안 하니 TV를 안 보게 된다"는 그가 즐겨 보는 방송은 뉴스와 디스커버리 채널, 골프채널 정도다. 이제 막 데뷔한 원더걸스, 소녀시대가 그에겐 생소하다.
'책을 내보자' '강의를 해달라'는 권유도 수 차례 받았지만 거절했다.
"저는 음악인일 뿐이에요. 제 사사로운 걸 알릴 필요가 없죠." 이런 이유다.
조용필 재단을 만드는 것에도 "아직 만들진 않았지만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도 "언론에 알리는 게 싫다. 만들어도 조용히 하겠다"고 강조한다.
또 '화성시 조용필 생가 복원, 관광자원화 사업 추진'과 관련해 운을 떼자 "내가 3년 있으면 환갑인데 그때가 되면 나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화성시에도 '서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내년이면 데뷔 40주년이 되는 그는 강산이 네 번 변하는 동안에도 한결같이 음악계의 큰 존재다. "이제 젊은 친구들이 날 알까"라며 묻기도 한다.
수많은 레퍼토리 중 아끼는 곡을 묻자 어려운 질문이라며 운을 뗀다.
"모든 노래가 소중하지만 '꿈'과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남자들의 노래여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특히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란 가사가 있죠. 제가 이 시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저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어서 좋아요."
후배들의 리메이크에 대해서도 너그러움을 표시한다. 젊은 가수들이 '광화문연가'를 이수영 곡으로 알고 있다는 말에 한껏 웃음도 짓는다.
"어떤 후배 가수가 리메이크하겠다고 연락 오면 대충 '어떤 스타일로 하겠구나' 딱 알아요. 젊은 친구들이 감각을 갖고 재편곡하는 데 찬성입니다. '창밖의 여자'에 악기 소스를 바꾸고 클래식, 소프트 록으로 편곡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이 노래를 지금 들으면 싫어서 소름끼치죠(웃음). 옛날엔 그 시대가 '한의 시대'였으니…."
또 그는 "예전엔 '단발머리'에서 '뿅뿅뿅'하는 음향 대목이 신기했지만 지금은 유치한 것처럼"이라고 부연 설명도 곁들인다.
노래방에서도 자신의 노래를 스스럼 없이 부르는 그는 '영원한 오빠'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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