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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위조로 시작된 '신정아 파문'이 고위 공직자의 권력남용 사건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선정주의가 가세하여 급기야 신 씨의 누드사진이 한 중앙 일간지에 게재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언론의 보도는 '신정아 파문'의 초점을 권력형 비리에 맞추고 있는지, 남성 고위 공직자와 여성 큐레이터의 부적절한 관계에 맞추고 있는지가 분명치 않을 정도입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정아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검찰의 발표와 노무현 대통령의 "참 할말이 없게 됐다"는 말로써 확인이 되었습니다. SBS 8시뉴스에 따르면 변 씨와 신 씨가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은 검찰이 압수한 신 씨의 컴퓨터에서 지워진 이메일을 일부 복구함으로써 확인되었으며, 이를 보고받은 청와대도 변씨를 두둔하던 태도를 바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를 검찰과 청와대가 확인해 준 10일 이후 뉴스의 초점은 변 씨가 어떻게 권력을 남용했는가에 맞춰야 합니다. 뉴스가 변 씨와 신 씨의 관계를 더 이상 추적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파고드는 방향이 아니라 흥밋거리를 찾아다니는 방향이 됩니다. 그럼에도 뉴스는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와 신 씨의 주변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캐고 있습니다.
변 씨가 살던 호텔과 신 씨가 살던 오피스텔 사이의 거리가 8백여 미터밖에 안 된다거나, 사람들은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듣고 싶어 한다는 SBS 뉴스의 보도가 그렇습니다. 뉴스는 이와 같은 이야기들을 모두 '의혹' 수준에서 거론하고 있습니다. 변 씨가 신 씨를 가까이서 도와주려고 이사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 신용불량자였던 신 씨가 호화생활을 누린 것은 변 씨의 도움 덕이 아니냐는 '의혹', 변 씨는 경제적으로 큰 여유가 없었을 테니 또 다른 금전적 후원자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 등입니다. 뉴스는 심지어 한 일간지가 대서특필한 신 씨의 거짓말을 인용하여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신 씨의 주장이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난 이상 이제 그가 거짓말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닙니다. 13일 뉴스는 신 씨가 자신의 거짓말을 스스로 믿어버리는 '공상허언증'이라는 정신과의사의 추정도 보도했습니다. 신 씨는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학력을 속인 죄를 지었지만, 이런 방식으로 그를 정신이상자로 몰아버리는 것은 인격모독입니다.
신 씨의 성공에는 권력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 등으로 그가 뉴스의 초점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신 씨도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받고 인격을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언론은 신 씨의 사생활을 파헤치는데 앞장설 일이 아니라 검찰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감시해야 합니다. 뉴스가 참으로 집중해야 할 곳은 신 씨의 사생활이 아니라 공직사회의 권력남용 실상과 청와대 발표의 정직성, 그리고 신뢰성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청와대는 신 씨 파문에 대한 정책실장의 연루설을 대변인의 공식 발표를 통해 거듭 부인했으며, 대통령이 "깜도 안 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며칠이 안 되어 대통령 스스로 "참 난감하게 됐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훼손당한 청와대의 정직성과 신뢰성은 임기 말의 대통령으로서 회복이 어려울 지경입니다. 뉴스는 이 점을 강력히 지적해야 합니다. 지난 11일 뉴스는 한나라당이 사건 배후에 또 다른 권력인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이해찬 전 총리를 공개적으로 거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가능성이 높다"는 말, 그리고 변 씨와 이 전 총리가 관료사회에서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는 사실 이상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뉴스는 변 씨가 신 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감독 임용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12일에는 개입이 확인되었다고 보도했다가, 다음 날에는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뉴스는 변 씨의 권력남용 실상과 이를 가능하게 한 공직사회의 기강문란, 그리고 공직사회와 기업의 부적절한 관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SBS 뉴스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와 언론에 기고하라는 등의 아주 특별한 사회봉사명령, 그리고 김승연 한화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 등 고등법원의 판결이 재벌 총수 봐주기가 아닌가 하는 사회적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두 재판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판결이유에서 드러난 법적용의 이중적인 잣대입니다. 뉴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정 회장의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김 회장의 경우 '아버지의 정'을 감안했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재판의 준거가 되는 법 적용이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것은 사법부에 대해 단순히 재벌을 봐준다는 태도에 비할 수 없는 치명적인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어야 합니다.
언론은 신정아 파문의 '스캔들'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그만큼 권력남용이라는 이번 사건의 본질로부터는 멀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나 언론은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는 '선정 보도'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보도만으로도 언론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는 물론, 여성비하, 여성 인권 무시 등 허다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뉴스는 선정주의를 거부하는 확고한 태도와 자제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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