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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고사와 학력평가

유희준

입력 : 2007.09.13 17:13


'모의고사'하면 저는 고교 재학 시절 과중한 시험부담이 떠오릅니다. 월례고사와 중간,기말고사 외에 별도로 2-3달에 한번씩 치러지는 '모의고사'는 그야말로 악몽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시험준비를 제대로 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치러지는 시험의 성격 때문으로 기억됩니다.

교육부에 출입하면서 알게된 것이지만, 지난 2000년부터 사설기관에서 시행하는 모의고사 참여가 전면 금지됐더군요. 교육당국에서 공교육의 사교육 의존도를 억제하고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을 기하기 위한 정책 목표가 세워진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적어도 모의고사의 악몽으로부터는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교육부는 사설모의고사를 금지하는 대신 2002년부터 전국 연합학력평가를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의 경우 모두 14차례 시행되는데, 고교 1,2학년은 각각 4회, 고3은 모의수능을 포함해 6회를 치릅니다. 지난해의 경우 고3은 5차례 시험을 봤는데, 올해부터는 수능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1차례 시험기회를 늘렸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입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성적통지 방식을 개선해, 학급과 학교 단위의 석차는 물론 전국 단위의 백분위와 영역별 합산 성적에 대한 백분위까지 추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설 모의고사를 시행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사전 장학지도와 함께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어제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가 열려 2008년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전국단위의 학력평가를 실시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처음에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단위의 학력평가 실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일선 학교 일부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학력평가 도입이 필요한 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부 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 도교육감 협의회는 중학생 전국 연합학력평가가 학생 개개인의 학력 경쟁을 부추겨 사교육을 조장시키고 평준화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 "학력평가 결과를 개인의 학력신장과 교육의 질 향상 목적으로만 활용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또 중학교 1학년은 학기 초에 진단평가, 학년 말에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고, 중학교 2,3학년은 학년 말에 학업성취도 평가만 실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이 정도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설 모의고사에 따른 폐해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교육당국의 학력평가에 따른 일부 부작용보다 훨씬 심각할 수 다고 봅니다. 과거에 빈번한 모의고사 시행으로 학생들의 시험부담을 가중시키고, 학교의 교육과정까지 파행으로 이끈 점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사설 모의고사는 서열위주의 평가가 되기 쉽고, 시험을 치르는데 따른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평가는 모든 학생들이 교육적 목표에 도달한 정도를 확인하는 교육과정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시,도 교육청은 교육과정의 평가와 질관리를 위해 학생들에게 진단평가나 성취도 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전국단위 학력평가 실시 계획이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된 사항이라면, 교육자치 측면에서 더욱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