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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8.15 광복절 경축사 내용과 의미

입력 : 2007.08.15 13:05

남북정상회담 임하는 각오·의지 피력


노무현 대통령의 제62주년 광복절 경축사의 초점은 오는 28∼3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설명하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대좌에 임하는 각오를 피력하는데 맞춰졌다.

참여정부 역대 광복절 경축사의 일관된 화두가 '분열의 극복'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 경축사는 큰 틀에서 방향을 달리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대사를 앞둔 중차대한 연설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입장 표명에 연설의 상당 분량이 할애된 것이다.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의 성격과 특징때문에 역대 경축사에서 포함되곤 했던 일본 지도층의 과거사 인식 비판이나 한·일관계 해법에 대한 언급도 일절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번 경축사의 색다른 면이다.

노 대통령 재임기간 마지막 광복절 연설이라는 점때문인 듯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라는 국정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균형적 실용외교 ▲협력적 자주국방 ▲신뢰와 포용의 대북정책 등 3대 전략의 일관된 추진을 설명하면서, 그 노력의 결실로서 남북정상회담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경축사의 빼대가 짜여졌다.

◇"무리한 욕심 부리지 않겠다" = 노 대통령은 우선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의미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남북의 공동번영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그동안 북핵 문제로 야기된 남북간 긴장을 해소하는 동시에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토대를 구축하고, 이를 한단계 '레벨 업'하는 차원에서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대화에 나서자는 구상으로 구체화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이번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이 표현은 노 대통령이 직접 연설문에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을 이벤트성으로 이끌어가거나, 2000년 6.15 공동선언과 같은 새로운 선언을 도출하는 장으로 여기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태도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무슨 합의문이나 선언이 없었기 때문에 가로막혔다고 보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과거 72년 7.4 공동성명, 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2000년 6.15 공동선언 등 4대 합의문을 열거하면서 "이제는 이러한 합의를 실천에 옮기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새로운 제안을 내세우지 않고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남북이 약속했던 4대 합의를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굳은 의지로 풀이된다.

"무슨 새로운 역사적 전기를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역사의 순리가 현실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우선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실질적 진전을 이루는 방향으로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노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남북공동체 건설위한 대화 들어가야" = 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공동 번영을 위한 이번 회담의 구체적 목표로서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대화착수를 꼽았다.

남북경협의 제도화, 구조화로 남북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구조 수립을 위한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지론이 투영되어 있는 셈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이제는 남북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우리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북한에게는 경제회복의 기회가 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남북경협에 대한 새로운 `독법'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일방적 대북지원 패턴의 경협을 벗어나 앞으로는 남북이 '윈-윈'하는 상생구조형 경협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고, 이번 회담에서도 이를 통한 남북 경제공동체 구성의 첫걸음을 디딜 수 있는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남북경협이 장기적 투자형태로 바뀌게 되면 남북간 긴장을 유발하는 것 자체가 양쪽 모두에게 궁극적으로 손해가 되는 구조가 돼 남북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수립에 안정적인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이 이날 밝힌 남북경협 확대를 통한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란 두가지 개념은 서로가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변증법적 발전을 기하는 논리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6자회담과 조화를 이루고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는 정상회담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이번 회담을 경제협력 중심으로 이끌고 가고 6자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핵 논의는 도외시하는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이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의 진전과 그 이후 동북아 다자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 정상회담이 6자회담의 진전을 가속화하는 '추진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파적 이해 넘어 창조적 지혜 모아달라" = 노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도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며 대국민 당부 메시지도 전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섣부른 기대나 무작정 비판에서 벗어나 한반도 미래를 위해 국민 모두가 합심해달라는 취지이다.

또 한나라당의 '남북정상회담 3可3不론' 등 비판적 입장을 의식한 듯 "`무엇은 안된다'든가 `이것만은 꼭 받아내라'는 부담을 지우기 보다는 큰 틀에서 미래를 위해 창조적인 지혜를 모아주시길 간곡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우리 내부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서는 정파적 이해가 다를 일이 없다"며 정치권의 정략적 태도타 자세를 탈피할 것도 주문했다.

◇동북아 평화·번영정책 총정리 = 광복절 경축사는 신년 연설과 더불어 노 대통령이 가장 의미있게 여기는 연설중 하나이고, 이번이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라는 점때문에 참여정부의 동북아 평화.번영 정책이 집약적으로 정리돼 이번 연설에 담겼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 번영정책의 3대 전략인 ▲균형적 실용외교 ▲협력적 자주국방 ▲신뢰와 포용을 축으로 한 대북정책의 일관된 추진으로, 참여정부 출범때부터 발목을 잡아왔던 북핵 문제도 해결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는 상황인식을 개진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냉전체제는 해체되었으나 아직 평화와 공존의 질서가 정착되지 못했다. 언제 다시 대결적 분위기가 조성될 모른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이러한 정책의 일관된 추진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핵문제가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긴 하지만 진정한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 발 짝 더 나아가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이 6자회담과 남북대화의 선순환, 즉 평화문제와 경제협력 문제의 상호 의존적 발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의 진전은 남북대화를 촉진하고 있다. 또한 남북대화는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고 있다. 6자회담이 더욱 성공적으로 진전되면 그 다음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참여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재차 정리해서 지금까지의 정책이 "결국 올바른 방향이 아니었느냐"는 항변의 뜻도 담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상호주의를 배제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지난 4년간 사회 보수층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을 유지한 끝에 북핵문제도 해결의 틀을 마련했고 7년 만에 남북정상회담도 열게 됐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는 곧 4개월 뒤 주인이 판가름 날 차기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유념해 달라는 '조언성' 메시지로도 들린다. "대선을 앞둔 우리 정당과 정치인들도 역대 정부의 합의를 존중해 스스로 한 합의를 뒤집지 않는 대북정책을 말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호소에는 이 같은 당부가 담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