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토지 수용지역의 묘지들을 이장하는 작업이 한창인데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아주 통탄할 광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흥수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인천시 영종도의 한 야산에서 이른 아침부터 중장비 소리가 요란합니다.
깊게 파낸 구덩이에서 장정 서너 명이 무언가를 주워담고 있습니다.
묘지를 파헤치고 유골을 수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부들만 있을 뿐 가족은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장업자 : 할아버지나 아버지 묘 정도 되면 와서 관심있게 하는데 그 이상된 양반들 묘는 오지도 않아. '그냥 알아서 뿌려주세요.' 하고 말어.]
오래된 조상은 이장 대신 화장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화장장에 가지 않습니다.
[가스 있잖아요. LP 가스에 대고...우리가 다 빻아드려 절구에다 빻죠. 보통 한 구에 50만 원...]
취재임을 밝히자 차를 몰고 줄행랑을 칩니다.
개장이 진행중인 근처 공동묘지입니다.
부서진 뼛조각과 분골함이 묘지 곳곳에 나뒹굽니다.
흙을 조금 걷어내자 하얀 분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현장에서 가스로 불법 화장을 한 뒤 그대로 뿌린 것입니다.
[김정근/영종도 주민 : 영종도의 역사를 다 이룬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을 갖다가 쓰레기 폐기물 처리 마냥 이렇게 결정한데 대해서 참 유감스럽죠.]
묘지 한 기당 3백만 원씩 보상금이 나오는데도, 화장장 이용이 번거롭다며 불법으로 화장하는 것입니다.
[장묘업자 : 거의 90%가 그래요. 수백 개가 밀려 있는데 화장장에서는 하루에 15개 밖에 못하니...]
이런 불법 화장은 다른 수도권 신도시 개발지역에서도 똑같이 겪는 문제입니다.
[장묘업자 : (토지공사나 시에서도) 묵시적으로 인정을 해줘요. 안보이는데 가서 몰래 숨어서 하도록...]
[안우환/동국대학교 생사의례학과 교수 : 우리나라가 화장율이 한 60%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화장 시설을 늘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전용 화장로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달라진 장묘문화, 늘어나는 화장 수요에 걸맞는 환경조성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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