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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남상석

입력 : 2007.08.09 16:12|수정 : 2007.08.10 10:33


휴가 때문에 소식이 뜸했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니 극장가에서는 [디 워]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비판과 비난이 뒤섞여 전해지고 그 비판과 비난에 또 무차별적인 맹공이 가해지는 등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비이성적인 현상이 벌어져 안타깝습니다.

한 편의 사람들은 “질 낮은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에 비이성적인 관객들이 동조하는 한심한 현상이다. 영화적 완성도는 하나도 없다,”며 [디 워]가 이뤄낸 성과물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이고, 그 반대편에서는 “물론 이런 저런 단점도 있지만 자랑스러울 정로도 훌륭하다. 니들 솔직히 배아파서 그러는 거 아닌가“하며 논쟁과는 상관없는 인신공격성  사이버 테러까지 서슴지 않는 무모합을 보여줍니다. 이런 와중에 가장 안전하고 비겁한 스탠스이더라도 양비론을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 보며 성과와 한계, 장점을 인정하고 단점을 지적하는 태도와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논점에 집중하는 성숙한 토론 문화가 아쉽습니다. (이 글을 쓰고있는 순간에도 제 글이 어떤 꼬투리를 잡혀 공격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어렵군요.)

[디 워]의 흥행성공에는 분명 심형래라는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용가리 때부터 7년 넘게 설움과 핍박만 받다가 할리우드와 맞장뜰 정도의 큰 일을 해냈다. 이 정도면 장하지 않나?’는 식으로 감성에 호소한 측면이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 전에 나오는 감독의 변을 담은 내용의 스크롤이 유치하고 낯 뜨겁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많은 관객들은 박수까지 치며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 스크롤은 영화라는 형식에 집중해 본 저로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고 기자는 기사로 말하듯이 감독은 영화로 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DVD 출시할 때 메이킹 필름같은 부가영상으로 넣었으면 딱 좋았을 것 같습니다.

심형래 감독 개인에 대한 화제성에다 그 부분을 강조한 홍보 마케팅이 어떤 형태로든 잠재 관객들 마음에 불을 지폈다는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지만 그 열기가 너무 뜨거워 서로 할퀴며 상처를 내는 모습은 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심형래 감독을 포함한 [디 워] 관계자들도 흥행 성공으로 모든 면에서 100점을 받았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기를 바랍니다. 성과와 한계를 명확하게 구분한 뒤 다음 작품에 임해야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는 미술이나 문학처럼 개인의 성과물이 아니라 수십, 수백명의 땀이 합쳐져야하는 시스템의 산물이라는 사실과, 엄청난 집념이 시간과 공간을 잘 못 만나면 이무기보다 더 흉측한 아주 곤혹스러운 괴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입장에 서지 못하고 생산자 입장에서 온정주의적 태도와 개인의 취향을 과도하게 강요하는 지적 허영을 보여온 일부 언론과 평단에 대한 불신도 이번 사태를 과열로까지 몰아간 원인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언론과 평단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기사와 평론이 전하는 영화에 대한 정보와 평가와 관객 자신이 본 영화의 느낌이 너무 동떨어져 ‘도대체 이건 뭘까. 내가 무식한 걸까’ 하다가 그런 경험이 한번 두 번 누적되고 정말 혐의점이 똑 떨어지는 사례를 겪는다면 이 관객은 확신을 갖게 됩니다. ‘제대로 못 만들고 언론 플레이 잘해 눈 먼 멍청한 관객들 모으려는구나’하고 말이죠. 현장에서 취재하고 있는 저도 가끔 간접적으로만 접하는 추상적인 형태의 관객이나 시청자 보다는 시사회나 취재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자주 만나는 영화 관계자들이 물리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시나 소설같은 문학 장르가 대중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한 요인으로 ‘우리끼리’라는 잘못된 동료애로 주례사 비평을 남발해 온 근친상간의 폐해가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