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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로 번진 허위학력 파문

입력 : 2007.08.08 00:00


광주비엔날레 감독을 맡았던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위조 파문에 이어 공연계의 마당발로 통해온 김옥랑(62.여) 동숭아트센터 대표의 학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화예술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김 대표는 연극무대와 영화 상영관을 갖춘 대학로의 대표적인 복합 공연장 동숭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옥랑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문화계 전반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김옥랑씨는= 김씨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이나 그가 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로 있는 단국대측은 김씨가 학력파문이 불거진 뒤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했다. 대학측은 곧 징계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출신인 김씨는 스물 셋의 나이에 재력가인 남편과 결혼한 뒤 연극에 매료돼 문화 예술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1984년 꼭두극단 '낭랑'을 창단하고 꼭두극 계간지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후 1989년 대학로에 동숭아트센터를 지어 대표 이사로 취임하며 공연계 전면에 나섰고, 1994년에는 대학로에 예술영화 전용관 동숭시네마텍을 만들어 영화 쪽으로도 손을 뻗쳤다.

1991년에는 옥랑문화재단 대표 이사로 취임하며 인형을 모아놓은 꼭두박물관을 설립하고, 옥랑희곡상을 만들어 우수 희곡을 발굴하는 등 공연계를 중심으로 문화계에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1998년 아시아 출판문화협회 이사, 2001년부터 한국민속박물관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4년에는 세계박물관대회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기도 했다.

김씨는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를 수료한 것으로 학력을 밝혀왔으나 모두 거짓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졸업장 공장'(diploma mill)으로 알려진 미국의 퍼시픽 웨스턴대 학사학위를 토대로 2000년에 성균관대에서 예술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2002년에 단국대 산업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됐으며, 2003년에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국내 예술경영학 박사 1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충격에 휩싸인 공연계= 공연계는 학력위조 파문이 미술계를 넘어 공연계로 번지자 충격이라는 반응과 '올 것이 왔다'는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대학로의 '얼굴' 격인 공연장을 오래 전부터 운영하며 희곡상을 제정하고, 독립영화관에도 손을 뻗치는 등 순수 예술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온 김씨였기 때문에 놀라움은 더욱 큰 듯 했다.

한 연출가는 "김 대표는 탄탄한 재력을 바탕으로 과거 스폰서 형식으로 연극 지원을 하며 공연 예술인들과 어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단순히 후원자로만 만족을 못하고 연극계에 직접 편입하려다보니 유혹을 받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대학로의 한 공연기획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전국 대학에 연극영화과가 대거 신설되고, 해외 유학파도 부쩍 늘었다"면서 "과거엔 연극판에서 만나면 누가 어느 학교 출신인 줄을 대충은 알았는데 요즘엔 통 알 수가 없다. 충분히 학력 위조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몇 인사의 경우 외국에서 배웠다고 해도 특별히 뛰어난 점이 없어 학력이 의심되는 사례가 있었다"면서 "사실 러시아나 동구권 같은 경우엔 유학을 다녀왔다해도 학교 시스템 등이 다른데 어떤 학교인지, 교육 과정은 어땠는지 검증을 할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학로의 한 극장 관계자는 "공연계는 학력보다는 실력 위주의 풍토가 지배적인 곳"이라면서 "공연계까지 학력 위조의 불똥이 튈줄은 몰랐다"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연극의 경우 각광받는 연출가와 배우 상당수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제약이나 콤플렉스 없이 활동하고 있다"면서 젊은 연출가 가운데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문제작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박근형 연출, 김광보 연출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비교적 순수하다고 생각했던 공연계에까지 이런 일이 불거져 씁쓸하다"면서 "앞으로도 학력보다는 내실있는 실력을 갖춘 사람을 우대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