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가르침이 성인 남성 포로의 살해를 허용하는가에 관해서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으나 여성이나 어린이 포로를 죽이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값을 받거나 석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살해는 안 된다는 것이다.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외신 인터뷰에서 "그들이 여성이 아니었다면 현장에서 살해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적도 있다.
탈레반측에 붙잡힌 인질들의 정확한 성비에 대해서는 초기에 혼선이 없지 않았으나 현재 알려진 바로는 22명 중 16명이 여성이다.
남성 인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할 가능성이 높은 여성 인질의 수가 훨씬 많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탈레반측이 적어도 여성 16명을 살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여성 일부를 조기 석방토록 탈레반측을 설득하는 작업이 성공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탈레반은 지난 4월 납치된 프랑스 구호요원 남녀 2명 가운데 여성 1명을 우선 석방하고 남성은 10여일 뒤 풀어준 적이 있다.
당시 탈레반측은 인질 석방 이유에 대해 "(인질이) 여성이기 때문이며 프랑스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사례는 아니지만 이달 중순에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독일인 여성(62)과 아들(20) 중 어머니만 피랍 5개월만에 풀려난 사례도 있었다.
여성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것을 비열하고 수치스러운 행위로 여기는 이슬람 전통을 근거로 한 도덕적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아프간 국민의 품위에 수치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특히 여성이 납치된 것은 이슬람에 반하는 것이고 아프간 문화에 반하는 것"이라며 탈레반의 여성 인질 납치와 억류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나아가 "우리의 땅에서 이 같은 가증스러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이슬람과 아프간의 가치를 송두리째 모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질 협상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탈레반 출신 아프가니스탄 국회의원과 부족 원로들도 이런 도덕적 압박을 탈레반측에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측이 이런 압박에 맞서 '여성이기 때문에 살해하지 않았다'는 당초 입장을 바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질을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서 우려를 낳고 있다.
아마디는 29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서방 군대가 바그람공군기지와 칸다하르의 수용소에 아프간 여성을 구금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탈레반도 똑같이 할 수 있다. 우리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또 어린이든 억류하고 죽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를 자처하며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절대적 근본 원칙으로 삼아 온 탈레반이 '여성 포로 보호'라는 이슬람 전통을 끝까지 준수할지 주목된다.(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