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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한국인 피랍 관련 뉴스

입력 : 2007.07.28 13:36|수정 : 2007.07.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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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내내 한국 언론은 한국인 교회 봉사단 23명이 아프가니스탄의 반정부 게릴라 탈레반에 의해 납치당한 사건에 몰두했습니다. 특히 방송 뉴스는 메인뉴스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이 사건보도에 할애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 사건이 이와 같이 오랫동안 이만큼 큰 비중으로 보도된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보도된 이 사건 관련 뉴스의 특징은 엄청난 양에 비해 의미 있는 정보는 너무 적었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오보로 끝나는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이에 따라 특히 피랍자의 가족들이 너무 심한 정신적인 고문을 당해야 했습니다. 추측보도와 오보는 방송의 25일 저녁뉴스와 26일치 아침신문에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25일 SBS 저녁 8시뉴스는 탈레반 측이 피랍자 중 8명을 석방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하루 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외신보도들의 끝머리에 나온 일본 교도통신의 뉴스를 인용했던 것입니다. SBS 뉴스는 그러나 곧이어 이 보도의 사실 여부에 대해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며, 이것은 무장단체 측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외신을 이용해 고도의 심리전을 펴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SBS 뉴스의 신중한 태도는 석방을 기정사실로 몰아간 다른 방송들의 이날 저녁 뉴스와 대조적이었습니다. 결국 석방소식은 오보로 판명되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요청에 의한 비자발급 중단으로 한국 기자들은 아프간에 입국하지 못하고, 추측보도를 무책임하게 남발하는 외신을 인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언론이 보도경쟁을 벌인 결과가 대형 오보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석방교섭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지나치게 신중합니다. 미국 입장의 중요성에 대해 SBS 뉴스는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은 한국인 인질들과 탈레반 수감자들을 맞교환하자는 탈레반 측의 제안에 대한 아프간 정부의 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2일과 24일 뉴스는 이탈리아인 인질과 수감자 5명을 맞교환한 아프간 정부의 지난 3월 결정이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으며, 따라서 미국 등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아프간 정부로서는 독자적으로 수감자 석방결정을 내리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스는 탈레반과 협상은 물론 아프간 정부와 미국의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뉴스가 적극적으로 추적해야 할 두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번 탈레반과의 협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 정부는 미국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SBS 뉴스는 한국인 피랍사태가 발생한 이후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지난 26일까지 매일같이 워싱턴 발로 보도했습니다.

일주일 동안의 SBS 뉴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말을 아끼면서도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침묵”을 지키며, “급변하는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면서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뉴스가 전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한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은 “테러조직과의 협상에 찬성할 수도, 동맹국 인질들의 안전을 무시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뉴스를 시청하는 한국인들에게 난처한 상황에 빠진 미국의 입장에 대한 긴 설명은 한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질과 수감자의 맞교환에 대해 미국 정부가 협조한다는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뉴스의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23일과 24일 뉴스는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탈레반 수감자 석방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가 강경대응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한국 정부사이에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한 외교소식통의 전망이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한 한미 교섭의 전망은 어떤가 하는 부분이 뉴스의 관심사항이 되어야 합니다.

큰 사건이 터지면 으레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번에도 뉴스의 촉각이 온통 아프간에 쏠림으로써 국내에서 진행되는 중요한 일들은 관심권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진행되던 한나라당 내부의 검증공방에 대한 보도는 건성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이명박 전 시장의 차명재산 논란에 휩싸인 서울 도곡동 땅에 대한 김만제씨의 발언이 감사원 자료로 확인되었지만, 이로 인한 파장은 탈레반에 밀려 뉴스에서 사라졌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로 촉발된 이랜드 사태는 아직 계속되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이랜드 매장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뉴스를 배치하고 그 비중을 정할 때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법칙에 따라 탈레반 사태와 관련된 기사라도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잘라내고, 국내 뉴스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합니다.

한국인 피랍사건은 그들 자신과 그 가족들에게 끔찍한 악몽이며, 참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뉴스는 이들에 대한 위로와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한편으로 뉴스는 엄청난 국력을 소모시키는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과 과정, 그리고 책임소재에 대해 철저히, 그리고 냉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