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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이례적인 '피랍 메시지' 발표

입력 : 2007.07.21 16:45

'살해 시한' 임박…인질석방 협상 뜻 전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1일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과 관련해 직접 긴급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선일씨 피랍 살해사건 등 참여정부 들어 한국민이 해외에서 무장단체에 의해 피랍된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피랍자 구명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만큼 노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메시지는 피랍 사실이 알려진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신속히 발표된 것으로, 이날 오전 11시5분께 지방에서 귀경한 노 대통령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과 백종천 안보실장 등의 건의를 수용함으로써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노 대통령의 메시지 발표 배경에는 이번 사건의 피랍자가 사상 최대 규모 인데다가 납치단체로 추정되는 탈레반 측의 살해 협박 시한 설정으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 깔려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자신을 탈레반 대변인이라고 밝힌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0일 AP통신 등에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4시30분까지 아프간에서 한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이들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는 등 '협상채널'도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납치단체들이 일방적으로 상황을 이끄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납치단체들이 정한 시한을 2시간 앞두고 직접 메시지를 밝히는 것도 납치단체측에 한국 정부의 뜻을 전하고 한국인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협상을 할 용의가 돼 있다는 점을 전달하는데 초점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내 TV 방송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중계되는 CNN을 통해서도 전파됐다. CNN의 중계는 청와대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급박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뜻이 실시간으로 납치단체측에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상대 측과의 안정적인 채널을 찾고 협상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대응을 단계별로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으로 대통령 메시지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이라크와 더불어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불안한 지역이라는 점과 탈레반의 과격성에 비춰 피랍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과거 다른 피랍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탈레반으로 추정하고는 있지만 납치단체가 특정되지 않아 협상 채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위기지수가 높아만 가는 정황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납치단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한 한 요인이 됐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납치단체들이 '한국군 철군'이라는 정치적 문제를 걸고 넘어진 데 대해, 다산.동의부대의 아프간 재건지원활동이 마무리단계에 있다고 직접 천명한 것도 납치단체 측을 설득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무장단체에 피랍됐을 때 외교부의 긍정적인 보고 상황만 믿고 있다 발등을 찍혔던 `학습효과'도 대통령을 전면에 나서게 한 배경 중 하나라는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은 납치단체에 메시지를 전하면서, 피해자 가족과 아프간에 체류 중인 교민에게도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