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에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개봉 직전까지 "어떤 모습의 영화일까"란 질문이 따라붙었다.
'꽃잎'이나 '박하사탕' 등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있었으나 에둘러 다가가지 않고 정면에서 접근한 영화로는 거의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가 임박한 정국에 민감한 소재에다 100억 원의 제작비를 쓰고 안성기, 김상경, 이요원, 이준기 등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블록버스터'란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이 대학 입학 후에야 5.18 운동의 실상을 알게 된 대구 출신의 '경상도 사나이'란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 정말 '화려한 휴가'는 어떤 영화일까.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훈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진정성을 담은 영화이고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봐야 할 영화"라고 말했다.
'화려한 휴가'는 정치적인 배경과 원인을 좀처럼 부각하지 않았다.
대신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현상에 집중했다. 그러나 일부러 배제한다고 해서 정치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시간 내에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사회 전반과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것은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치는 생활 속에 있는 거죠. 정치색을 굳이 뺐다기보다 눈앞에 보이는 부분을 그렸습니다. 배경보다 시민이 그에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정말 중요한 거죠."
"만약 배경을 설명하려면 영화에 관찰자가 필요한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불안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그 덕분에) 이 사건을 잘 모르는 10대들도 영화에 감동하더군요."
이 영화의 소재가 민감한 만큼 영화의 상업성도 고민스러운 대목일 터.
그는 '시민을 위한 기록'과 '잘 빠진 상업영화'의 중간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싣고 싶었는지를 묻는 우문에 두 가지가 결과적으로 한 지점에서 만났다는 현답을 내놨다.
"5.18 운동을 단지 복권하고 평가하는 것만으로 역사적 소명이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 속에 숨 쉬었던 사람들의 고민과 외침에 더 관심이 있었고 그것이 더 많은 보편성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이 숨 쉬었던 사람이 동시대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했고 그런 지점이 영화가 가져야 할 미덕인 동시에 대중영화로서의 핵심이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조연 배우 박철민과 박원상을 통한 강한 유머가 있고 주연 김상경과 이요원의 멜로 라인을 통해 영화 전반에 흐르는 소소한 웃음이 있다.
유머는 관객의 가슴을 시종일관 먹먹하게 하는 이 진지한 영화에서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다소 과장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5.18 운동에는 우리 민족의 장단과 가락, 흥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성취해야 할 첫 번째 지점이 캐릭터에서의 동질감이기에 전반부의 코미디는 이를 위해 넣었습니다. 중간부터 나오는 코미디는 '슬픔을 전이하지 않으려는 배려'라는 장치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감정과 슬픔을 남한테 전이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있죠. 실제로 유족들을 만나보면 영화에서 내 얘기나 우리 가족뿐만이 아니라 5.18 전체를 다뤄 달라고 합니다."
그는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그 장면을 찍기 전에도, 찍고 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사족이 될 수 있다고 만류했지만 넣어야 한다고 고집했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도 김상경 씨의 모델인 윤상원 열사의 영혼 결혼식을 위한 곡이었던 만큼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전작은 '목포는 항구다'이다.
한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조폭' 코미디와 5.18 운동을 다룬 영화가 동시에 들어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데뷔작에 대한 담담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데뷔하기 위해 코미디를 선택한 것이기는 하지만 당시 웃음은 내게 중요한 것이었고 분명히 내 영화"라며 "이 영화를 통해 많이 성장했고 진정성을 두는 부분이 변화의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는 항구다'에서 박철민의 유머러스한 대사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는 이번 영화에 그대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는 "배우 박철민에 대한 오마주"라며 "3년 전부터 캐스팅 돼 있던 배우를 위한 오마주였는데 시사회를 본 관객들도 좋아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다음 작품 계획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 영화를 찍고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감독이 어느 한 쪽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기별로 고민하고 집중하는 것이 다르고 거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감독으로서는 대중과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서울=연합뉴스)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