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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둘째주 개봉영화-해리포터, 해부학교실

남상석

입력 : 2007.07.12 13:46|수정 : 2007.07.13 08:24


이번 주에는 개봉영화 네 편 가운데 [해부학 교실]과 [레이디 채털리] 두 편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취재 때문에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못봤습니다. [해부학 교실]은 예고편을 봤을때 상당히 잘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았고 [레이디 채털리]는 사춘기 시절 [엠마누엘] 시리즈로 몸과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던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에로영화 [차탈레 부인]이 생각나서였습니다.

해부학 교실(15세 이상 관람가)

의대생들의 해부실습용 시체인 카데바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공포를 그린 영화입니다. 어두운 밤 시체들이 차가운 '스뎅' 침대 위에 지독한 포르말린 냄새를 풍기며 누워있는 것을 상상만 해도 무섭습니다. 이렇게 좋은 조건에서 출발해 첫 번째와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나는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하다가 점점 갈수록 실망스럽습니다.

똑똑하고 당찬 여학생, 1등 콤플렉스에 괴로워하는 여학생, 뚱뚱하고 겁많은 남학생, 의대생인지 연예인 지망생인지 헷갈리는 재수없는 왕싸가지 여학생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잘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욕심 때문인지 복잡하고 후반에는 벌려놓은 것을 제대로 수습도 못합니다. 죽은 사람한테 메시지가 온다든지, 제비뽑은 순서대로 희생된다든지 하는 설정들은 어디서 본 듯한 관습적인 장치들이 자주 눈에 띄는데 전체 구조속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지 못했습니다. 후반부에 온주완이 다급하게 뛰어와서 '가만있어. (제비뽑은 희생 예정자) 순서가 어떻게 되더라?' 했을때 영화가 헷갈리던 저는 120% 동감했습니다.

[태풍태양]과 [피터팬의 공식]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던 온주완마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듯 어색하고 상투적이고 70년대식 문어체 대사, 신인배우들의 익지 않은 연기까지 더해져 몇몇 부분에서는 아마추어나 학생들이 벌이는 학예회 연극 수준까지 보여줍니다. 진짜보다 더 정교해 보이는 시체들을 선보이는 특수효과의 높은 수준을 빼고는 인정할 만한 이렇다할 장점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레이디 채털리(18세 이상 관람가)

20세기 초반에 발표된 D H 로렌스의 문제작을 프랑스에서 만들었습니다. 쥐스트 자깽 감독에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으로 80년대에 영화화 된 적이 있었는데 남성 관객들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려는 에로 영화였는데 이번 영화는 그것과는 전혀 딴판입니다. 올해 2월 프랑스이 아카데미상이라 일컬어지는 세자르 영화상에서 5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여성 감독이 철저하게 여성의 입장에서 섬세한 감성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충격노출'이니 하는 말에 현혹돼 극장을 찾았다가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전쟁터에 나가 다리를 다쳐 불구가 된 남편과 사는 콘스탄스는 식탁의 살아있는 꽃처럼 무료하고 의미없는 비주체적인 삶을 살다가 사냥터 지기 남자를 만나 육체와 사랑에 눈을 뜬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육체와 사랑은 절대 음란한 욕망이 아니라 콘스탄스가 거니는 숲의 싱싱함처럼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들이 서로의 몸을 만지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나 벌거벗고 빗속을 뛰어다니는 장면이 어색하거나 민망하지 않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한올 한올 섬세한 결이 느껴지는 고급 천을 보고 만지는 느낌에 비유할만 할까요. 데이트 영화로도 좋고 여성분들끼리 함께 어울려 보기에도 좋은 영화입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제가 15일부터 영화 [디 워] 취재를 위해 미국 출장을 가는 관계로 다음주 개봉영화 소개는 부득이하게 건너뛰어야할 것 같습니다. [디 워]에 대해서는 돌아와서 자세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