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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처장 모임의 진실은

유희준

입력 : 2007.07.03 15:54|수정 : 2007.07.05 08:10


최근 제가 쓰는 글에 '진실'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신문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는 여러 정보들이 사실과 다르거나 심지어는 진실을 호도해 여러분들의 관점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내신 파문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요 언론사들조차 현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지 않아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어제 전국 대학입학처장 모임에 대해 일부 언론은 "내신 올해는 못 바꾼다"거나 "대학 입학처장들도 반기를 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국 입학처장들이 교육부의 '내신 50% 반영' 원칙을 거부했다는  취지로 기사를 내보낸 것이죠. 사립대총장 모임에 이어 입학처장들도 정부의 2008학년도 대입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했다는 게 보도의 핵심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어제 모임에는 전국 입학처장들이 모인 게 아니라 회장단인 6개 지역 입학처장협의회의 회장과 부회장 등 대표들만 참석했습니다. 게다가 이들 회장단은 지방대 입학처장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참고로 전국 입학처장협의회는 지난해 처음으로 만들어진 친목, 의견교환 단체에 불과합니다. 최근 내신 파문이 잇따르자 회장단이 모여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어제 회의 직후 회장이 발표한 내용을 일부 인용해볼까요?

"학생부의 실질 반영률 확대를 통해, 2008학년도 대입제도의 취지를 살려나가자고 협의했다"

물론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존중하고 대학간의 입장차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어제 있었습니다. 또 이미 지난 3월, 내신 실질반영률을 이미 발표한 대학은 기존 요강을 다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기존에 발표한 것은 그대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대학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내신 실질반영률을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어제 회의의 방점은 교육부 방침에 반기를 드는 것에 있지 않았습니다. 내신 반영비율과 관련해, 지방대학들도 서로 입장이 달라 일부는 높이는 것을 원하고 또 일부는 낮추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합의가 무산됐다는 것이죠. 이를 갖고 전국 입학처장들이 교육부에 집단으로 반기를 들었다고 주요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대학 자율화를 외치며 자율권을 달라는 대학이 집단으로 모여 획일적인 안을 내놓는다면 더 모순이 아닐까요? 결론이 나지 않은 회의 결과를 갖고 집단 반기를 들었다고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를  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학과 정부간의 갈등 상황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를 생각해봐야 한다. 입시를 앞두고 내신 실질반영률과 관련해 빨리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 교육부와 좀더 적극적으로 협의해나갔다. 협의회 상호간에도 의견을 나누겠다."

위 발언은 어제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전국 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이 한 말입니다. 전국 입학처장 협의회 회장단 모임과 서울, 경인지역 입학처장 협의회 모임에서 나온 결론은 "입시와 관련된 내용은 대학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 입장을 정하기 어렵고 대학별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모집요강을 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덧붙여 일부 지방대에서는 교육부 안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상당수 대학들이 교육부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했고, 등급간의 점수차나 비율 등 불명확한 부분도 있어 향후 교육부에 공식 질의하고 회원사들이 정보를 공유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다수 회원사들은 향후 학생부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여 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는 내용도 전했습니다.

내신 파문 이후 교육부의 대책이 잇따라 나오고, 7개 사립대를 중심으로 공동 성명이 발표된데 이어 사립대총장들이 집단 반발하는 형국으로 사태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학처장들 모임에서 정리된 것은 집단 '반기'라기 보다는 향후 교육부와 협의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입니다. 공통된 결론이나 입장은 없지만, 대학별로 처한 상황이 다른만큼 대학의 특성에 맞게 내신실질반영률을 개별적으로 조정하고 협의해나가겠다는 것이지요.

결국 교육부에서 주문한대로 각 대학들은 늦어도 8월 20일 전까지 정시모집 요강을 발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일부 사립대가 집단 행동을 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겠지만, 아무튼 사태는 집단 반발이 확산되는 형국이 아니라 타협점을 찾아가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