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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만원은 기본' 한국 책값, 왜 비쌀까?

입력 : 2007.07.02 11:38|수정 : 2007.07.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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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소설을 비롯해 대부분의 책 가격이 1만 원을 넘습니다.

[최지웅/대학생 : 책값이 만원이 기본적으로 넘어가니깐 많이 부담스러워요.]

책값이 비싼 가장 큰 이유는 포장.

표지가 두껍고 고급스러운 양장본이 대세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서적의 경우 한 손에 들기 쉬운 작고 가벼운 문고판이 대부분이지만, 2-3년 전부터 국내 출판시장이 20대 여성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한 양장본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양장본은 표지가 두껍고 수작업이 포함되기 때문에 일반 책에 비해 가격이 최고 10배까지 비싸지만,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신길례/대형서점 북마스터 : 아무래도 젊은 여성분들은 예쁜 책이나 예쁜 디자인의 책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양장본 책들이 예전보다는 훨씬 많이 나오고 있고 많이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책값 상승의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한 권의 책을 여러 권으로 나누어 제본하는 분책.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세계적인 판타지 동화 시리즈의 가격은 미화 19.79달러, 우리 돈으로 1만 8천 원대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번역서는 총 5권으로 분책돼 4만 2천5백 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한 유명인의 자서전 역시 원서의 가격은 9천 6십 원.

하지만 번역서는 1, 2권으로 나뉘어 2만 4천 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 권으로 내도 될 책을 굳이 나눠 두 배의 가격을 받는 것입니다.

[이예림/서울시 삼성동 : 한권으로 번역해서 팔아도 될 책을 두 권으로 파니까 소비자들, 특히 대학생들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이러한 분책은 출판사의 상업주의가 낳은 대표적인 폐단 중 하나.

그러나 출판사 관계자들은 영어를 한글로 번역할 때 양이 늘어난다고 변명합니다.

[출판사 관계자 : 영어를 단순 번역하는 게 아니라 영어를 한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책 개념을 잡을 때 항상 원서 페이지보다 저희는 한 100페이지 정도 더 잡거든요.]

때문에 출판사의 이윤 추구를 위해 만들어지는 분책과 외형에 치중한 양장본이 결국은 책값 상승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 외형적으로 어떤 편집이라든가, 제본이라든가 이런 쪽에서 어떻게 보면 불필요 할 수도 있는 비용을 과다하게 사회적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연간 6만 종, 하루에 100여종의 신간이 쏟아지는 우리의 출판시장.

내실보다 외형을 따지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풍조와 상업주의가 출판계의 가격 상승에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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