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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서명하는 날...

원일희

입력 : 2007.07.02 09:26|수정 : 2007.07.02 09:39


2007년 6월 30일 오전 10시.

미 의회 캐넌 빌딩에서 한미 FTA 서명식이 열렸습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수워브 미 USTR 대표가 서명을 했습니다.

인사말이 오갔습니다. 수워브 대표는 인사말 도중 두 나라 협상 대표를 일으켜세워 박수를 보냈습니다.

2백50명의 참석자들이 열렬한 박수를 보냈고, 김종훈 대사와 커틀러 대표는 멋적은 미소로 답했습니다.

수워브 대표 발언의 요지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째, 미국이 지금까지 맺은 FTA 가운데 한미 FTA는 제대로 산업화된 나라와의 제대로 된 FTA다.

둘째, 추가협상까지 벌였지만, 앞으론 절대로 합의문 수정은 없다.

세째, 미 의회에서 반대하고 있지만, 결국은 의회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결국 수워브 대표는 한국을 향해서가 아니라 미 의회를 상대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그만큼 미 의회의 반대가 심하다는걸 보여줍니다.

김현종 본부장의 인사말도 한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이 자유무역으로 갈것인가, 관리무역으로 갈 것인가? 

대답은 명료하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자유무역으로 가야한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이 역시 미 의회를 향한 메시지였습니다.

1년 반 넘게 진행해온 한미 FTA는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공은 두 나라 의회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협상의 주역들은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그만큼 의회의 승인을 거쳐 발효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명식이 끝난뒤 김종훈 대사와 점심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김 대사에게 물었습니다. "한미 FTA , 정말 잘 하는겁니까?"

김 대사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수없이 들어본 질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나름대로 논리적인 설명을 하느라 고민했습니다. 특히 대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이었죠. 얼마전에 연세대에 강연을 갔더니, 한 5백명이 모여있더군요. 일부 학생들은 피켓 들고 'FTA 반대', '김종훈 퇴장'을 외쳤죠. 그래서 '너희들도 들어와서 강의 들어라' 그랬습니다. 동남아 국가들의 연합체인 '아세안' 이란것이 있죠? 지금은 8개국이다, 10개국이다 그러는데, 전통적으로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5개국이 정식 멤버입니다. 1974년에 제가 외교관이 처음 된뒤 외무부에 들어갔더니, 영어 공부 시킨다고 보낸 곳이 필리핀이었습니다. 단순히 영어 뿐 아니라 우리나라보다 선진 시스템을 배우러 보내는 곳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는 경제,군사적 측면에서 한참 뒤에 쳐져 있었죠. 그럴수밖에 없는게, 아세안 5개국 면적을 합치면 한반도의 30배입니다. 인구는 10배가 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면적 30배, 인구 10배 차이는 여전합니다. 그런데 GDP 규모는 이 5개국을 다 합친것이 우리나라보다 1백만 달러 정도 작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났을까요? 우리가 문 닫고 북한식으로 살았으면 가능했을까요? 우리가 세계로 나가서 물건 팔고 무역해서 돈 남겨서 이렇게 된 것 아닙니까?

또 하나 예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뉴스를 봅니다. 뉴스 말미에는 빠짐없이 날씨 예보를 하죠. 일기예보를 잘 들어보세요. '북쪽 대륙에서 발생한 찬 공기가 한반도를 강타했다'하면 한파가 몰아닥쳐 춥다는 얘기 아닙니까? 반대로 '북태평양 고온다습한 공기가 밀고 올라와'하면 열대야 아닙니까? 단 한번이라도 '한반도에서 발생한 기류가 중국 대륙을 덮쳤다'는 말 들어봤습니까? 이게 한반도 운명입니다. 한반도는 좁기 때문에 자생력이 없습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서 세계속에서 부대끼면서 먹고살아야할 운명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예를 들었습니다. 이미 제조업에서 중국이 우리를 앞지르기 시작한건 모두 알지 않습니까? 결국은 지식과 기술력입니다.  중국이 따라오면 한발 앞서서 달아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지식과 기술이 발전하려면 외부와의 경쟁을 통해 베끼면서 발전하는겁니다. 제가 이렇게 말했더니 학생들이 상당부분 수긍하는 눈치였습니다. 이제 그 질문에 답이 됐나요."

기자들이 말했습니다. "모르던 얘기는 아니었는데, 대사님이 말씀하시니까 상당히 설득력이 있군요"

FTA에 둘러싼 논쟁은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일고 있습니다.

단순한 찬반 논란이 아니라,  FTA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의 생존싸움이 될수도 있습니다.

손해를 보는 집단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김종훈 대사의 말대로 우리의 숙명과 운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논란과 우여곡절 끝에 한미 FTA가 서명되는 날, 서명식장에는 수많은 일본기자와 중국기자가 몰려왔습니다.

그들은 "한국이 겁난나"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