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신 반영률을 둘러싼 파문과 관련해, 교육부가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대학별로 협의를 거쳐 조정하겠다며 양보안도 내놨습니다.
교육부의 발표내용과 대학들의 반응, 향후 전망 등이 궁금하실텐데, 오늘은 칼럼이라는 형식에서 벗어나 해설에 초점을 맞춰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신의 기본점수만 높게 올려 비중을 축소하지 말고, 수능과 논술의 기본점수도 올려서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높여야 한다"
먼저 교육부에서 발표한 내신 관련 대책의 핵심은 '내신 비중 확대'라는 올해 대입제도의 원칙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입시에서 대학들이 당초 약속한대로 내신 반영비율 50%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교육부는 강조했습니다. 내신의 기본점수만 높게 올려 비중을 축소하지 말고, 수능과 논술의 기본점수도 올려서 내신 실질 반영비율을 높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일부 대학들이 전체 전형에서 내신(학생부)의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 편법을 쓰면서 실질 반영비율을 5-10%로 줄여온 관행에 대해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일부 대학에서 내신을 무력화하는 시도가 계속되면 정부 정책과 대학의 발표를 믿고 준비한 수험생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의 정상화라는 목표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입니다. 서남수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은 정부가 갖고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2008학년도 대입전형 제도의 기본방향을 확고하게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수험생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오는 8월 20일까지 정시 모집요강을 상세하게 발표하라고 대학에 주문했습니다. 예년에는 정시 모집요강이 10월말이나 11월쯤 대학별로 발표됐지만, 올해는 새로운 대입제도가 처음 시행되는데다 그동안의 혼란과 혼선을 감안해 조기에 발표할 필요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8월 20일에 정시 모집요강이 발표되면, 학생들은 이를 기초로 2학기 수시모집에 응시할 것인지, 정시모집에 응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교육부는 1) 모집요강의 발표시기를 지연하는 대학, 2) 내신 등급을 통합하는 경우, 3) 등급간 점수차를 불합리하거나 편법으로 축소하는 경우, 4) 사전 협의없이 당초 발표한 내신 반영비율을 지키지 않는 대학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했습니다. 2등급까지 만점을 주는 방안을 고수하겠다는 서울대는 예정대로 제재할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일시적으로 내신 비율을 높이는 게 어렵다면, 사유서와 향후 계획서를 내고 협의를 거치면 조정 가능하다"
교육부는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한꺼번에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는 게 어려운 대학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과정을 거쳐 조정할 수 있다며 양보안을 내놨습니다. 전형과정에서 특별한 사유로 내신 반영비율을 일시에 올리는 게 어려울 경우, 구체적인 사유를 포함한 연차적 내신 확대 계획을 수립해 교육부와 협의하면 일부 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신 비중 강화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교육부 스스로 지난 4년간 치밀하게 내신 비중 확대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대학측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증하는 대목입니다.
늦었지만 교육부는 대학입학처장과 공식 모임을 잇따라 갖기고 했습니다. 오는 8월 20일 전까지 대학측과 협의를 거쳐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원칙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대학들의 반응이 제각각이어서 앞으로 협의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제 교육부의 발표직후, 대학 입학처장들과 통화를 해보니 '입장유보'와 '강력반발'로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대학들은 일단 교육부의 대책을 좀 더 검토해보고 의견을 내놓겠다며 입장을 유보했습니다. 점심 때 만난 전국 대학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은 "시간을 두고 면밀하게 정부 대책을 검토하고 다른 대학 입학처장들과 의견을 조율해 입장을 표명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인터뷰도 거절했습니다.
"입학전형 아예 교육부에서 짜라"
그러나 서울지역의 몇몇 사립대 입학처장들은 교육부의 대책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대학의 자율성을 후퇴시키는 안이라며 공동대응할 뜻도 밝혔습니다. 일부 입학처장들은 이번 대책에 대학측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비난했습니다. 일부 대학은 고려할 가지가 없는 황당한 얘기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이번 발표가 대단히 실망스럽다. 대학에게 일정 기한까지 숙제를 해오게 하고 일일이 검토하겠다는 것은 대학 자율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8월 20일까지 정시 모집요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선 학교 수험생과 교사들의 반발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 고교생은 "2004년에 새로운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때에도 혼란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정부와 대학이 싸우고 있다는 게 한심하다. 지난 4년간 달라진 게 뭔지, 우리 수험생들은 황당하고 혼란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또 진학담당 교사들은 대학들의 입시안이 확정되지 않아 진학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60만명의 수험생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대입제도가 미칠 파급력을 감안해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대학과 협의를 거쳤다고 한다면 지금의 혼란과 혼선은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불과 2달내에 대학측은 정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하고, 교육부는 내신 실질반영률을 높이기 위해 반발하는 대학과 협의를 해야 합니다. 앞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지만, 수험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과 교육부가 반드시 결론을 내야하는 상황입니다.
내신 갈등, 8월 20일까지 일단 잠복기 거칠 듯
내신 비중 강화라는 교육부의 원칙은 확고하다는 사실이 이번 발표로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교육부는 내신 실질 반영비율을 50%로 못밖았고, 이를 위해 산출방식을 포함한 개선안도 내놨습니다. 교육부는 이번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학입학처장과 공식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가급적 이른 시일안에 대학측과 협의를 거치갰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교육부와 대학의 갈등은 수면아래로 잠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늘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대학총장 150명이 참석하는 토론회가 열립니다. 대학교육 발전방안이 주제이지만, 최근 논란이 된 내신 파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이번주말에는 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세미나가 열리고, 전국 대학총장단 모임도 예정돼 있습니다. 대학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할 공식적인 모임이 잇따라 열리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최근 내신 파문에 대한 입장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대학마다 학생선발 방식이 다르고, 전형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해결방안이 나오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험생들의 혼란을 줄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측도 무책임하게 정시모집 요강 발표를 지연하거나, 교육부와 협의를 회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 두달간 대학과 교육부와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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