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학자, 호주내 한국인 위안부 존재 소홀 개탄
미국 신문에 낸 일본 우익인사 들의 위안부 광고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호주의 저명한 사학자가 2차 대전 당시 호주 땅에 있었던 한국인 위안부의 존재가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23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태평양 지역 역사학자인 호주 국립대학(ANU) 명예교수 행크 넬슨 박사는 ANU에 제출한 논문을 통해 현재 파푸아뉴기니 이스트 뉴브리튼 섬에 있는 라바울에는 2차 대전 당시 3천여명의 한국인과 일본인 여성들이 위안부로 끌려와 있었다면서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르지만 호주인들은 여기서 얻은 자료들을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쟁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넬슨 박사는 자신이 수집한 자료에는 일본인 의사들의 연구 보고서, 라바울에서 근무했던 일본인들의 회고담, 라바울 일본군 위안소에서 일했던 한국인 여성의 증언, 일본군 과 호주군 포로들의 진술 등이 들어있다면서 그러나 호주에서 나온 보고서들은 라바울에서 2년 동안 운영됐던 위안소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 했다.
넬슨 박사는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 자라 지난 1960년 호주로 이주한 얀 러프 오헤른 할머니가 지난 1992년 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자바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고통을 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후 호주인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면서 그런 연장에서 다른 나라 여성들의 위안부 문제에도 관심을 보여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라바울은 2차 대전 당시 호주의 통치령이었던 뉴기니의 행정 중심지로 1942년 1월 어느 날 일본군들이 단 하루만에 점령, 1천여 명을 포로로 잡아가고 160명을 학살했다.
호주는 1945년 이 지역을 되찾은 후 일본군 점령기간에 이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으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넬슨 박사는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일본군 포로들이 라바울에 20여 개의 위안소가 있었다는 증언을 했다면서 각종 문서들을 보면 위안부들의 근무 시간, 요금, 행동수칙 등이 모두 나와 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일본군들에 억류됐던 라바울 타임스의 고돈 토머스 편집장은 일본군이 침입한 후 3주만에 3천여명의 젊은 여성들이 라바울에 상륙 해 억압 속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한국인 여성들 중에는 공장이나 농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배에 올랐다가 라바울에 와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비로소 알게 된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고 그는 밝혔다.
또 한 일본인 의사는 위안부 여성들이 모두 요리오 사와모토 해군 중장의 명령에 따라 일선으로 파견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일부 여성들은 일에 익숙한 것처럼 보였으나 가난한 가정 출신들도 많았고 처녀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도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진희라는 한 한국인 여성은 처녀 공납명령에 따라 밭에서 일하다 강제로 끌려 와 교회에서 위안부로 일해왔다고 밝혔다.
넬슨 박사는 "라바울에서 일어난 범죄의 중대성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사전에 자신들이 할 일을 알고 라바울에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 2천 명 이상은 속아서 라바울로 와 밤낮으로 시달리며 위안부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여성들이 부상을 입거나 병에 걸렸으며 살아서 고국으로 돌아간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워싱턴을 방문, 하원 청문회를 통해 위안부 참상을 소개했던 오 헤른 할머니는 일본인들이 미국 신문에 광고를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역사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일본인들의 태도에 치가 떨린다며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