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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된 해외 팝스타 내한공연 '고질병'

입력 : 2007.06.22 15:37

아귈레라 공연 입장권 할인 판매로 말썽, 고액 개런티→티켓가 상승→예매율 부진 반복


해외 팝스타를 경쟁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공연업계의 파행적인 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공연제작사들이 마치 입찰 경쟁에 뛰어들듯 해외 팝스타의 몸값을 천장부지로 치솟게 만들고 결국 입장권 가격을 올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에게 돌아가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23~24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릴 미국 팝스타 크리스티나 아귈레라의 '백 투 베이직스 투어 인 서울(Back to Basics tour in Seoul)' 공연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당초 공연제작사 측은 아귈레라의 티켓 최고가 좌석(R석)을 17만6천 원, 최저가 좌석(A석)을 8만8천 원에 판매했다.

20~21일 일본서 열리는 아귈레라 공연에서 가장 비싼 티켓이 9450엔(7만2천 원)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높은 가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달 중순부터 정식 티켓 예매처가 아닌, 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8만8천 원 A석 두장을 묶어 할인된 가격인 10만5천 원에 판매하며 발생했다.

이미 입장권을 구매한 관객은 분통을 터뜨렸고 환불을 한 뒤 할인 티켓을 재구매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그러나 이 쇼핑몰의 한 관계자는 "공연기획사와 협의 아래 남아 있는 A석을 정가에 대량 구입했다"며 "쇼핑몰의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할인 금액을 자체 부담한 후 회원들에게 싼값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의 티켓을 판매해온 티켓 예매처 인터파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미 예매율 저조는 예상됐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아귈레라의 경우 티켓이 워낙 고가여서 2만3천 석(2회 공연) 중 우리 쪽 판매 분량은 대략 50%의 예매율을 보여 부진한 상태"라며 "당초 티켓 가격을 보고 예매율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을 했다"고 말했다.

아귈레라 공연 관계자 역시 "개런티가 고가여서 티켓 가격이 비싸진 건 사실"이라고 전한 뒤 "그러나 정식 예매처, 인터넷 쇼핑몰 외에도 미군 등 단체 티켓을 판매해 60% 정도의 예매율이며 공연 당일 현장 판매까지 합하면 70%에는 육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연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예매율 저조에 대해 가수의 타깃에 맞지 않는 티켓 정책이 문제이며, 고가의 티켓을 책정하는 배경에는 국내 공연업계의 과다 경쟁이 빚은 가수의 높은 개런티가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아귈레라의 공연 제작 투자사는 4월 공시를 통해 계약 금액이 16억 원이며 1억 원·9억 원·6억 원을 차례로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귈레라 공연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당초 아귈레라의 국내 시장성을 냉철하게 분석한 전문 공연기획사들은 체조경기장(1만여 석) 1회 공연에 40만~50만(약 3억5천만~4억5천만 원) 달러의 개런티를 책정했으나 여러 업체들이 뛰어들어 1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가격에 계약이 체결됐다"면서 "당초 에이전시와 논의할 때 티켓 가격이 비싸져서 안 된다는 조언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05년 9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엔니오 모리코네 공연도 공연 며칠 전 취소돼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친 바 있다.

내막은 높은 개런티를 건넨 공연기획사가 시장 수요를 생각지 않고 턱없이 큰 공연장을 잡은 후 고가에 티켓을 판매했고, 결국 예매율이 저조하자 중도금을 치르지 못해 일어난 일.

그보다 딱 1년 전인 2004년 9월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록밴드 스코피언스의 내한 공연이 취소된 것 역시 티켓 판매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대표적인 공연기획사의 또 다른 대표는 ""코스닥 업체들이 주가 반등을 위해 공연업계에 무리하게 뛰어들어 팝스타 유치 경쟁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계도 돈이 넘치니 배우들 출연료가 올라가고 졸작이 많이 제작돼 결국 관객이 우리 영화를 외면하는 등 시장이 망가졌다"면서 "걱정되는 건 현지 팝스타들끼리는 정보가 공유되니 '누가 얼마 받았더라'고 하면 다음 비즈니스를 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고 씁쓸해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