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1일 최근 참여정부평가포럼과 원광대 특강 및 인터뷰 발언 등에 대한 선관위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헌법소원 주체의 적격성 여부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법리 논쟁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선관위의 이런 조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정치인인 대통령 개인이 갖는 기본권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논리를 펴면서 대통령이 헌법소원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선거에 대한 공무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9조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포괄적,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대통령, 헌법소원 낼 자격 있나 =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그 피해자가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다.
이 같은 청구 주체를 근거로 국가 공권력의 행사자인 대통령은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는 게 야권과 법조계 일부의 논리다. 따라서 이들은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은 심판 청구자로서의 자격 자체가 부적합하기 때문에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선거라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선출된 정치적 헌법기관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국민의 한 사람 또는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의 주체"라며 자격이 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이 공권력에 해당되기는 하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국민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라서 그런 기본권이 제한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헌소 자격 논란과 관련, 전해철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통령은 두 가지 신분을 가지고 있다"며 "공권력의 행사자로서 또 헌법기관으로서 대통령의 지위가 있고 기본권을 누려야 하는 주체로서도 지위가 있다"고 말했다.
전 수석은 "지난 2004년 탄핵사건에서 헌법재판소도 대통령이 기본권을 가진 주체임을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 때문에 헌법소원의 청구 주체를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개인 노무현'으로 했다. 전해철 수석은 "헌법소원의 기본권의 주체는 개인이 돼야 한다"며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으로서 제약이 있는 것은 실질적인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개인이 헌법소원을 청구해야 하니까 개인으로서 헌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의 조처가 공권력 행사인가 = 노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의 선거법 준수요청이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노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의 선거중립 준수 요청에 이은 선거법 준수 촉구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또 이로 인해 노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됐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선관위 조처에 대해 야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선관위가 법에 따라 판단을 내린 것일 뿐 기본권을 제한한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해철 수석은 "선관위 조치는 사실상 경고에 해당한다"며 "이는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행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시켜 대통령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어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