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은 대학 재정지원 삭감과 대입 전형 요소의 공개 의무화
주요 사립대 '내신 무력화' 시도에 정부가 15일 각 부처가 연계된 무차별 합동 제재라는 초강력 대응 카드를 들고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대학들은 아직 입시 요강을 확정짓지 않았다며 '내신 무력화'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으나 내신에 대한 불신감은 여전해 재정 지원중단 검토 방안으로 입장 변화가 생길지 여부는 다소 불투명하다.
◇ 대학들 내신 불신 '왜?' = 연세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들이 내신 3~4등급 이상 만점 처리 방안을 검토한 것은 내신의 변별력에 대한 불신 때문으로 보인다.
한 정부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2005학년도 수능 시험을 본 고3학생 1천200여명의 수능과 내신 등급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언어와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각각 75%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내신 1등급 학생 중 언어와 수리, 외국어의 수능 등급이 7등급인 경우가 있었고 언어의 경우 내신 등급보다 낮은 수능 등급을 받은 학생이 전체의 44%, 높은 등급을 받은 학생이 31%를 차지했다.
대학들은 내신과 수능 점수간의 상관성이 낮은 현실에서 내신의 영향력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사립대 한 관계자는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스스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입 전형 요소중 내신은 이미 변별력을 잃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수능의 경우 학생들이 동시에 치르는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지만 내신은 평가 주체가 서로 다르고 기준도 달라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사립대의 다른 관계자는 "강남이냐, 강북이냐 또는 수도권이냐, 지방이냐를 따질 필요없이 공부 잘하고 성적 좋은 학생이면 수능 점수도 잘 나올 것"이라며 "수능 기준을 제대로 활용하겠다는게 뭐가 잘못 됐느냐"고 반문했다.
◇ 정부의 초강도 대응 `어떻게' = 대학의 내신 무력화 시도에 대한 정부의 통합 대책은 대학 재정지원(총 1조5천8756억 원) 삭감과 대입 전형 요소의 공개 의무화 방침으로 요약된다.
대학재정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정부 부처는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농림부 등이다.
이중 교육부가 BK21(연구중심대학 육성 사업)과 수도권대학특성화사업,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 전문대학특성화사업, 대학구조개혁지원, 산학연 협력체제 활성화지원 사업 등을 진행중이며 총 예산은 8천50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 등 5개 사업에 3천230억 원, 산업자원부가 지역혁신센터사업 등 4개 사업에 480억 원, 정보통신부가 IT교육 경쟁력 강화 사업 등 4개 사업에 803억 원, 복지부가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에 1천17억 원, 농림부가 농림기술개발 등 3개 사업에 1천325억 원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2008학년도 대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전형 계획을 시행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또한 대학에 학생부 실질반영 비율을 높일 것을 요청하고 대학정보 공시제를 통해 대학이 학생부 등 각 전형 요소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포함한 입학 관련 정보 일체를 공개토록 제도화해 의무 규정으로 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때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학들의 내신 무력화 시도가 대입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학교 현장의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크게 손상시킨다고 규정했다.
◇ 초강도 제재 `실효성 있나' = 정부가 전례없는 초강도 통합 제재안을 들고 나왔지만 주요 사립대들이 과연 2008학년도 대입 전형을 통해 정부의 취지를 액면 그대로 수용할지, 이번 제재 자체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 사립대들은 최근 입시 설명회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내신 4등급까지 만점 처리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어 수능 성적으로 충분히 입학이 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
대학 나름대로 특목고 등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내신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 구체적인 복안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홍보해 온 것이다.
대학들은 정부의 제재 조치가 가시화되자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나 내신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고 최소한 정시 모집에서는 내신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밖에 없다는 내부 방침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반면 교육부는 현 제도하에서도 전공에 따라 과목별 가중치를 달리하는 방안을 동원하고 내신을 잘 분석하면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다고 반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내신이 수험생의 학력 수준을 보여줄 변별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신 문제로 촉발된 정부와 대학간의 갈등 때문에 교육부는 물론이고 정부 부처가 모두 나서 재정 지원 중단을 검토하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기도 한다.
대학 재정지원 사업은 바이오 연구와 IT개발, 농림기술 개발, 지역혁신 인력 양성, 국가핵심 연구센터 사업, 대학구조 개혁 사업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입시 갈등'과는 무관한 국가적 연구 지원 사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차세대 연구 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돼온 지원 사업들이 많아 입시 문제로 중단된다면 일반 통념상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제재 방안은 당장 연구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대학별로 구체적인 제재 방안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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