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김태원 박사 "농게 암컷, 보호능력 갖춘 수컷 선호"
동물 암컷들은 짝짓기를 할 때 수컷들의 어떤 점을 보고 배우자를 고를까?
외모일까? 능력일까?
지금까지 동물 암컷들은 더 좋은 유전자를 물려줄 가능성이 크거나 자식을 잘 돌보는 수컷과 짝짓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몸집 크기나 화려함, 사냥 능력 등이 좋은 유전자나 자식을 잘돌보는 징표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김태원(33) 박사와 최재천(53) 석좌교수팀은 최근 파나마 스미스소니언열대연구소의 존 크리스티 박사와 함께 갯벌에 사는 농게의 행동을 연구해 기존 학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랑방정식을 찾아냈다.
암컷이 수컷의 화려한 장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암컷을 안전하게 보호해주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험에서 수컷 농게가 자신의 굴 입구에 모래성을 쌓느냐 쌓지 않느냐가 암컷에게 선택받느냐의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선택받는 정도는 주변 환경의 위험도에 따라 달라졌다.
김 박사는 이 실험에서 주변에 포식자인 새들이 있는 위험한 상황을 만든 뒤 농게 암컷들이 굴 입구에 모래성을 쌓은 수컷과 쌓지 않은 수컷 가운데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조사했다.
갯벌 위에 개 사료를 뿌려 새들이 모여들도록 하고 사료의 양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새들의 방문회수를 조절함으로써 위험도에 변화를 주면서 농게 암컷들의 행동을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암컷들은 굴 입구에 모래성을 쌓은 수컷들의 집에 훨씬 많이 찾아들었으며 위험도가 커질수록, 즉 새가 많아져 잡혀먹힐 위험이 클수록 모래성을 쌓은 수컷을 선택하는 빈도도 증가했다.
새들이 많지 않아 위험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암컷 10마리 가운데 7마리 정도가 모래성을 쌓은 수컷을 찾아갔으나 새들이 증가하면서 위험도가 높아지자 모래성을 쌓은 수컷을 찾아가는 암컷이 10마리 중 9마리꼴로 늘어났다.
이는 암컷이 짝을 찾아다닐 때 천적인 새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모래성을 지은 수컷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교수는 "암컷들이 자신들에게 '안전'이라는 실질적인 이득을 주는 구조물을 만들었는지를 바탕으로 수컷을 선택한다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발견이며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개념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온라인 과학저널 'PLoS(공공과학도서관)' 최근호(5월호)에 게재 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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