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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화재, 터널 시설안전기준 강화해야

입력 : 2007.06.02 18:09

호남터널, 길이 짧아 환기시설·비상통로 없어


호남고속도로 호남터널의 차량 화재는 이전의 터널 화재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돼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소방방재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터널 내 시설 안전기준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호남터널 하행선은 길이 760m의 편도 2차로 터널이다.

이 곳에는 환풍시설과 대피시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관련 법규에 길이 1㎞ 이상 터널에 대해서만 연기 제거 시설인 '제트팬'과 긴급 사태 발생 시에 상.하행 터널을 연결하는 '피난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호남터널은 화재 발생 이후 연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아 채 10분도 되지 않아 터널 내부가 대부분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로 가득찼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또 불이 난 터널 반대 쪽으로 대피한 운전자들은 상행선으로 연결하는 피난갱으로 피하지 못하고 길게는 수백 m를 뛰어 대피해야 했다.

특히 이 곳에는 조명, 유도등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번 화재에는 무용지물이었다.

화재 초기에 터널 내 조명등이 나가면서 대피하는 사람들을 이끌어야 할 유도등도 함께 꺼졌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화재로 발생한 열이 전원을 공급하는 전선을 손상시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터널 내에 있던 운전자들은 "유도등은 커녕 너무 어두워 소화기를 찾을 수 없어 초기 진화를 도울 수도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불을 자동으로 꺼주는 스프링클러 설치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호남터널에는 50m 간격으로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만 정전이 되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것 같다"며 "터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들로 호남터널에 갇혔던 운전자들은 연기 가득 찬 어두컴컴한 터널에서 겁에 질린 채 터널 끝에 보이는 빛을 보면서 탈출해야 했다.

도로공사 호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제트팬 등의 설비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1㎞ 이하의 터널에 설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안전을 위해 관련 규정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