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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기자도 '통역'이 필요한가요?

입력 : 2007.06.01 09:11|수정 : 2007.06.02 12:09


서울디지털포럼 참석하기 열흘 전부터 필자는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영어 울렁증 때문이다. '영어로 진행될 텐데 하나도 이해 못 하면어떡하지?'라는 걱정에 시달리며 영어회화 벼락치기에 돌입했었다. 예상대로 모든 포럼은 영어로 진행됐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를 위한 지원군이 있었으니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통역기의 도움으로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기자회견장엔 즉석에서 통역을 해주시는 통역가분들도 등장했다. '기자들에게도 통역이 필요하단 말인가!'라는 놀라움과 동시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 순간 '과연 기자들은 얼마나 영어를 완벽하게 이해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몇몇 기자들에게 솔직한 답변을 구했다.

▲ SBS 김정기 기자

외국 유명 인사들의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SBS 김정기 기자는 "총회가 영어로 진행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외국에서 생활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외국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에 영어로 진행된 점은 이해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통역 담당자들이 디지털 전문 용어들을 잘못 번역하는 경우가 있어서 청자들에게 정확한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 때가 더러 있었다. 통역이 100% 충실하게 이뤄져 연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정확히 전달되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 즉석에서 만든 질문지를 확인하는 기자

기자들 20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포럼에서 진행되는 영어를 "80% 이상 이해한다"라는 답변은 7명에 불과했고 "50에서 80% 정도 이해한다"는 답변이 11명, "통역기가 꼭 필요하다'가 2명 있었다. 포럼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자들의 상당수가 영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외국도 아닌 국내에서 열리는 행사에 모든 것이 영어로만 진행되는 상황에 의문이 들었다.


▲ 톰 컬리 AP 사장과 영어로 연설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

분명 서울에서 진행되는 행사이며 한국 고유 언어인 한글이 있는데도 모든 것이 100% 영어로 진행됐다. 네모난 통역기의 이어폰에 의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한국을 대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조차 영어로 연설을 진행했다. 이 모습은 '유창해서 멋지다'라는 생각 보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든다. 또한 '할리우드 인 서울'의 총회에서 한류의 중심에 있는 박진영 씨와 한국 대학생이 영어로 질의응답하는 모습에서는 거부감이 들었다.

▲ SBS 하현종 기자의 모습 

현장에서 취재 중인 SBS 하현종 기자는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진행하는 행사인데 굳이 모든 총회를 영어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외국 연사들은 이해가 가지만 연이은 국내 연사들의 영어 발표는 괜한 일반 참가자를 고려하지 않은 과시형 진행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대라는 명목으로 영어를 과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진단했다.


▲ 서울 디지털포럼 2007 관련 설문지 역시 모두 영어로 제작됐다. 

자국어를 사랑하는 프랑스는 자국내의 포럼은 물론 유럽연합의 각종 행사들에서도 프랑스어의 사용을 강조한다. '만일 프랑스처럼 모든 포럼이 영어와 한글로 동시에 진행된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는 답변에 응한 기자들 모두가 '찬성'이라고 답했다.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자국어로 반드시 추가 진행을 하는 프랑스의 모습을 볼 때, 우리는 영어 열풍에 휩쓸려 우리말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마음이 든다. 말로만 '디지털 한국'을 외칠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행사에서도 한국, 한글이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

 

김혜미 U포터(https://ublog.sbs.co.kr/jsthy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