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포럼'이라는 큰 행사의 유포터 취재단에 참가하면서 겁이 났던 게 사실이다. 전문적이고 어렵기만한 '미디어'의 세계, 그리고 그 중심점에 우뚝 선 리더들의 모습은 평범하기만한 아줌마인 나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은 취재를 나서면서 이내 사라져 버렸다. 전문 기자들 틈에 끼어 세미나에 참가하고 연사들의 연설을 들으면서 '미디어 빅뱅'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거나 우리와 동떨어진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침 일찍, 나는 TV보다 먼저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으로 아침 뉴스를 확인한다. 국내 뉴스는 물론 해외의 토픽이 한눈에 들어온다. 컴퓨터에서는 라디오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아이들 학교의 홈페이지에서 그날 그날 과제물 점검도 하고 담임 선생님 말씀도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남편은 회사로, 아이들은 학교로 보내고 나면 본격적인 나의 '디지털 세상'에 빠진다.
주부로서 살림을 하는 시간 외에는 나는 거의 오전 시간을 취재하거나 기사를 쓰는 시간으로 보낸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취재를 나갈 때면 간편한 디지털 음성 녹음기로 인터뷰를 하고, 이동하는 중간 중간 MP3로 음악을 듣는다. 취재한 기사를 작성하고, 사진을 편집하는 것 또한 컴퓨터와 인터넷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들이다. 개인 블로그로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중요한 자료나 사진은 바로 바로 메신저로 대화를 하면서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커뮤니티와 교육 사이트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도 인터넷은 좋은 선생님이 된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꾸며진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흥미있게 공부를 한다. 올해 '하이서울 어린이 기자'가 된 아들 녀석은 서울시의 홈페이지에 학교의 새소식을 올리며 얼굴 한번 본적 없는 다른 학교의 친구들과도 정보를 나눈다. 숙제도 인터넷 검색이 도와주고, 전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들으면서 책 한권을 뚝딱 읽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생각이 절로 나기도 한다.
이렇게 나의 하루를 펼쳐 놓고 나니, 언제부턴가 '디지털'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내 생활의 노른자로 자리 잡았다. 이번 디지털 포럼에서도 다루고 있는 '미디어 빅뱅'이 멀고 먼 주제가 아닌 내 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지루할 것만 같았던 연사들의 열띤 연설들에 귀기울이게 되고 설득력 있는 그들의 말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기도 했다.
미디어 변혁의 중심에는 학자들이나 CEO들이 아닌, 나와 같은 평범한 '소비자'들이 있다. 미디어를 단순히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닌, 새롭고 다양함을 창출해 내는 진정한 '프로슈머'의 모습을 그려보는 나에게도 '미디어 빅뱅'이 찾아왔다.
지혜영 U포터(https://ublog.sbs.co.kr/youmin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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